일본 정부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염두에 두고 가상자산을 증권과 동등한 수준으로 규제하는 제도 정비에 나선다. 자국 내 투자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해 가상자산 활용을 촉진하고, 관련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가상자산을 유가증권에 준하는 금융상품으로 취급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이는 사업자에게 더 자세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 투자자 보호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가상 자산으로 운용하는 ETF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금융청은 현재 전문가들과 비공개 스터디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현행 규제가 충분한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 연구회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6월 중 제도 개정 방향을 공표하고, 가을 이후 열리는 금융심의회에 자문할 방침이다. 심의회 논의를 거쳐 2026년 정기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 가상자산은 자금결제법상 결제수단으로, 금융상품거래법상 파생상품 규제 등의 대상이다. 다만,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에 비해 정보공개 규제는 덜 엄격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청은 금상법상 가상자산의 지위를 현 유가증권에 보다 가깝게 해 규제 수위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활용 촉진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가상자산 업체의 재무정보 등 공시 내용을 확대하고, 가상자산 투자자문 시 (업체)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검토되고 있다. 닛케이는 "유가증권 수준의 규제가 도입되면 투자자는 가상자산 업체의 경영 상태를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불량 서비스로부터의 피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유가증권 규제 틀을 그대로 적용할지, 새로운 조항을 마련할지 등 세부 사항은 추가로 논의할 방침이다. 규제 대상을 전체 가상자산으로 할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대표 상품으로 제한할지도 검토 대상이다. 현재 비트코인 거래는 종합과세로 매매차익 등에 최대 55%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지만, 금융청의 법 정비를 계기로 세율 20%의 금융소득과세로의 변경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청의 이런 논의에 착수한 것은 일본에서도 가상자산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암호자산거래업협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개설 계좌 수는 2024년 12월 기준 1181만 개에 달한다. 투자자 보호뿐만 아니라 관련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실정에 맞는 법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닛케이는 "가상자산이 법적으로 증권과 같은 수준의 취급을 받게 되면 현물 비트코인 등으로 운용하는 ETF의 출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민의 자산형성에 도움이 되는 금융상품으로서의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하는 ETF를 승인했으며,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자층이 두터워졌다. 가상자산에 호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면서 올 1월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0만 9000달러대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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