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것 같아요. 클래식과 대중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무대와 방송을 넘나들며 ‘클래식계 아이돌’로 떠오른 대니 구(사진)가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롯콘 마티네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 간담회에서 다음 달부터 진행할 세 차례의 마티네 콘서트 취지를 설명했다. 대니 구가 프로듀서이자 연주자·진행자로서 콘서트를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미국 명문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도널드 웨일러스타인을 사사하며 학사·석사를 취득한 실력파다. 미국 시카고 출생인 대니 구는 2016년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 다양한 방송과 ‘핑크퐁의 클래식 가이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문화방송(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등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대니 구는 클래식 악기 연주자로서 예능 출연에 대한 고민이 없지는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클래식 관객층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보다는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려 한다”며 “클래식과 대중 간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티네 콘서트 제안이 반가웠던 이유도 이러한 소신과 맞닿아 있다. 대니 구는 “저녁 공연이 미리 공부하고 정장을 입고 와야 할 것 같은 격식을 갖춘 분위기라면 마티네는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연”이라며 “이번 공연은 대중이 클래식과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하려는 나의 음악 활동 방향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클래식뿐 아니라 평소 그가 즐기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한다. 그는 “3회 공연 모두 정통 클래식으로 채울 수도 있었지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영화음악과 재즈로 폭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3월 첫 무대에서는 ‘시네마’를 테마로 반도네온 대가 고상지, 가수 손태진과 함께 영화 속 명곡을 선보인다. 봄을 주제로 한 4월 콘서트에서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현대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곡을 연주한다. 재즈를 테마로 한 5월 공연에서는 드보르자크의 곡을 재즈로 편곡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다. 대니 구는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음악을 존경하는 음악인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어려운 음악이어도 어렵지 않게 풀어서 들려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올린 편곡을 직접 담당할 뿐만 아니라 노래도 부를 예정이다.
그가 정통 클래식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는 이유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연관이 있다. 여섯 살부터 바이올린을 켰지만 취미일 뿐 꿈은 의사였다. 미국으로 이민 간 부모님이 동네 비디오방에서 빌려온 ‘하얀 거탑’이 계기였다. 그의 꿈이 바뀐 것은 고등학생 때 참여했던 음악 페스티벌에서다. 대니 구는 “대학 지원서에 경력으로 쓰기 위해 여름에 참여했던 음악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 전공자들과 협연하면서 클래식과 사랑에 빠졌다”며 “음악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굉장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한국에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시도가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니 구는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클래식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며 “제가 소통하고 싶은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음악의 문턱’을 낮춘 자신만의 음반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노래 음반을, 내년에는 클래식 음반을 계획 중이다. 그는 “내가 굳이 베토벤 교향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이 무엇일까를 항상 고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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