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전반에서 취업자 증가 폭을 확대할 긍정적인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한국노동연구원 올해 ‘노동시장 전망 보고서’ 일부)
올 1월 고용노동부 일자리 안전망인 ‘워크넷’의 구인배수(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0.28로 곤두박질친 상황은 올해 고용시장이 매서운 찬바람을 맞을 것임을 예고한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기업들의 고용심리가 크게 움츠러든 상황에서 올해 고용시장은 반전을 꾀할 긍정적인 요인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앞서 노동연구원은 계엄 선포 직후 취업자 증가 폭 10만 명 선이 깨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1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고용부의 일자리 지원망인 ‘워크넷’을 통한 신규 구인인원은 13만 5000명을 기록했다. 신규 구인인원이 급격하게 줄면서 1월 구인배수는 0.28로 1월 기준 199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인배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0.29) 당시에도 올 1월보다는 높았다.
이는 3개월 새 ‘두 번째 고용지표 충격’으로 볼 수 있다. 워크넷은 고용보험 가입 사업체 중 약 20%(약 40만 개)가 이용하고 있다. 워크넷의 구인배수는 전체 고용시장의 구인·구직 상황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지만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앞서 ‘1차 고용 시장 충격’은 올 1월 발표된 지난해 취업자 추이였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은 15만 9000명에 그치면서 2023년 32만 7000명 대비 반토막이 났다.
최근 고용시장은 고용 취약계층부터 서서히 무너진 결과라는 특징을 보인다. 지난해 일용근로자는 전년 대비 12만 2000명이나 줄었다. 이는 2012년 12만 7000명 감소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23년부터 시작된 건설 경기 악화가 일용근로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결과로 보인다. 이날 고용부 발표에서도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75만 4000명에 그쳤다. 감소세는 1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청년 일자리 상황 역시 나아질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6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률은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로 인해 ‘쉬었음’ 인구는 41만 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의 취업 기회가 더욱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청년이 고용시장에 진입조차 못하고 첫 일자리를 찾는 기간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졸업 이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12개월로 나타났다.
구조적 인구문제로 인해 고용시장이 스스로 탄력 있게 회복되지 못하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올 1월에도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517만 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만 5000명(0.8%) 느는 데 그쳤다. 이는 2004년 1월 7만 3000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인구 감소로 인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특히 고용시장은 경직성이 짙다.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1차 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2차 시장으로 층이 구분됐기 때문이다. 1차·2차 시장은 일자리 질, 임금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지면서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인 빈곤율이 심한 상황에서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고령층은 불안한 고용 형태로 고용시장에 밀려들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2만 명으로 전망했다. 작년 18만 2000명보다 34%나 줄은 수준이다. 노동연구원은 전망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와 인구 효과(생산가능인구 감소),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 증가세 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내수마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면 고용 창출 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취약계층 고용 불안 가중과 일자리 격차가 더욱 확대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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