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미국으로 들어오는 어느 철강이든 25%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며 “알루미늄도 그렇다”고 밝혔다. 새 관세는 기존 관세에 추가로 부과된다. 이는 미국 철강 기업 US스틸 부활 등을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로 미국 철강 수입 물량의 10%가량을 공급 중인 한국 기업들이 매출·수익 저하 압박을 받게 됐다. 현지 바이어들이 포스코·현대제철 등에 관세 비용만큼 공급가 인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에서 강판을 공급받는 현대자동차·기아의 미국 공장도 원가 상승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 하자 우리 정부는 연평균 대미 수출량 대비 70%까지만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는 선에서 타협했다. 현재는 계엄·탄핵 사태로 정상 외교가 공백 상태이고 경제안보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과거 수준의 대응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대기업을 포함해 민관정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미국 당국자들과 전방위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외교통상 당국을 중심으로 한미 양국의 산업 협력 방안을 포함한 정교한 협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편 관세, 추가 관세, 상호 관세 도입을 예고해 왔다. 이번에 철강·알루미늄을 본보기로 삼았지만 향후 자동차·반도체·가전 등으로 표적을 넓힐 수 있다. 특히 자동차에 대해선 상호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은 대중국 10% 보편 관세 인상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은 10일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 15% 관세 추가 부과 등의 맞불을 놓았다. 통상전쟁 전선이 확대되는 만큼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치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중 마찰을 피해 인도·중동·유럽·동남아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초격차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관세 비용을 상쇄할 경영 효율화에도 고삐를 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연구개발(R&D)에 세제 지원 등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 혁파로 경영 혁신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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