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를 한 건 뼈아팠다. 우승은 신경 안 쓴다.”
시즌 첫 승을 노렸던 고진영은 우승을 놓친 것보다 노보기 행진이 끊긴 것을 더 아쉬워했다.
고진영은 10일 미국 플로리다 주 브레이든턴의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파71)에서 끝난 파운더스 컵 최종일 버디 3개, 보기 3개로 이븐파 71타를 기록했다. 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단독 2위를 차지했고 이날 3타를 줄인 노예림이 우승(21언더파 263타)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 3개의 버디를 잡으며 우승을 향해 내달리던 고진영을 막아선 건 13번 홀(파4) 뼈아픈 보기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졌고 3m 퍼팅을 놓쳐 노보기 행진이 95홀에서 멈췄다. 이 홀에서 다시 잡았던 선두를 노예림에게 내준 고진영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14번 홀과 16번 홀(이상 파4)에서도 보기가 나오면서 재역전에 대한 끈을 놓아버렸다.
비록 2023년 5월 파운더스 컵에서 통산 15승을 거둔 후 1년 9개월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날렸지만 최근 2개 대회에서 보여준 고진영의 샷은 정말 대단했다. 지난 주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힐튼 그랜트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라운드 8번 홀부터 이어진 95홀 연속 ‘노보기’ 행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보기 없는 그 95홀 동안 고진영은 무려 31언더파를 쳤다.
지난 15년 동안 LPGA 투어에서 75홀 이상 연속으로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친 선수는 고진영을 포함해도 3명에 불과하다.
일단 고진영은 2019년 114개 홀 연속으로 보기 없는 기록을 세운 바 있는데,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00년 타이거 우즈의 110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깬 것으로 화제가 됐다.
고진영 외에 75홀 이상 노보기 행진을 한 나머지 2명은 명예의 전당에 가입해 있는 리디아 고와 박인비다.
박인비는 2014년 75홀과 2015년 98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갖고 있고 리디아 고는 2017년 75홀과 2024년 79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번엔 노예림이 노보기 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예림은 이번 대회 3라운드 1번 홀부터 이날 18번 홀까지 36개 홀에서 노보기 행진을 벌이며 감격의 생애 첫 승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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