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장은 기술 혁신과 자본 시장, 정부 정책이 입체적으로 얽혀 움직이는 역동적인 분야입니다. 성공적인 경영과 투자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은 ‘바이오마켓 인사이트’ 코너를 통해 국내외 바이오 산업의 흐름을 깊이있게 분석해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기술수출과 자체개발 투트랙으로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MASH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4억 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지난해 처음 탄생했을 정도로 시작 단계다. 지난해 3월 미 FDA 승인을 받고 출시된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가 3개 분기 만에 2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내년 전체 시장 규모가 3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 7일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약 9100억 원 규모의 M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한 올릭스(226950)는 10일 전 거래일 대비 29.93% 급등한 2만 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규모 기술수출 소식에 시장이 반응하며 상한가까지 주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라이 릴리의) 내분비계 영역의 강력한 경쟁자인 노보노 디스크가 2021년 MASH 치료제를 개발하는 다이서나를 33억 달러에 인수했다"며 “같은 타깃을 대상으로 임상 단계에 있는 올릭스의 파이프라인을 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M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이다. 간 내 염증과 섬유화를 특징으로 해 간경화, 간암, 간부전 등 심각한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전체 성인 중 5% 가량이 MASH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내년 시장 규모는 3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미국 FDA의 벽을 넘은 MASH 치료제는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가 유일하다. 발 빠른 개발로 시장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어스 바이오텍은 레즈디프라가 2028년까지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수년 전부터 개발에 착수했으며 올릭스처럼 기술수출 후 신약개발에 나서기도 하고, 아예 자체개발로 완제품 개발에 나서는 곳도 있다.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 후 개발방식은 미 FDA 승인 경험이 많고 자본력이 튼튼한 빅파마가 운전대를 잡는 만큼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올릭스는 일라이 릴리, 한미약품(128940)은 머크(MSD), 유한양행(000100)은 베링거인겔하임에 각각 기술수출 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MSD는 2020년 1조 1000억 원 규모로 수입한 한미약품의 후보물질에 대해 현재 글로벌 2b상을 진행 중이다. 이 물질은 지난해 6월 FDA에서 패스트트랙 대상 신약 후보물질로 지정돼 심사 기간 단축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질 전망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2019년 유한양행으로부터 1조 1900억 원 규모로 도입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1b상을 완료한 상태다. 올 1분기 내 주요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여 상반기 내 마일스톤도 유한양행에 유입될 전망이다.
자체개발 방식은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추후 수익성이 높고, 개발단계에 따라 언제든 기술수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동아에스티(170900), 디앤디파마텍(347850), 일동제약(249420) 등이 자회사를 통한 자체개발 방식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개발중인 MASH 치료제에 대한 임상 2상 톱라인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회사측은 연내 후보물질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도 미국 자회사 뉴랄리를 통해 MASH 치료제대 대한 글로벌 2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연구개발(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미국에서 글로벌 1상을 추진 중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MASH 질환은 발병 요인이 복합적이라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분야로 꼽혀왔다”면서도 “지난해 FDA 첫 허가를 받은 약이 탄생했기 때문에 개발 가능성은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장 규모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비록 국내 기업들이 후발 주자지만 차별하된 경쟁력을 갖춘다면 정면승부를 해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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