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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어가 설립 목적이냐" vs "尹도 인권이 있다" 치열했던 전원위

"약자 위해 설립 인권위 취지 어겨" vs.

"수사·재판절차, 인권 원칙 부합해야"

안창호 인권위원장도 동의…결국 의결

인권위 노조 "인권위원 폭거에 분노"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10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2차 전원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방어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대표 발의했다. 오승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골자로 한 안건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6대 4 찬성으로 수정 가결된 가운데, 인권위원들이 전원위원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

10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2025년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김용원 상임위원과 한석훈·이한별·김종민 비상임위원이 제출한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안건이 상정돼 논의가 이뤄졌다.

안건은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통치행위에 속한다"면서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 측의 입장에 사실상 동조했다. 헌법재판소가 맡은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그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오로지 그 숫자의 힘을 동원하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그 의결에 나아가는 것은 피소추자인 국가기관을 외포시키는 강압의 행사라고 볼 수 있다"면서 행정안전부 장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을 향한 국회와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국헌문란'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남규선 상임위원은 “인권위가 독립적인 기구로 설립된 것은 국가 기관의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면서 “그런데 이 안건은 비상계엄 선포를 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방어권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인권위 설립 목적인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안건이 “수사기관 종사자들과 법관들이 함부로 내란죄 성립을 예단하고 마구잡이식 영장 발부에 나선 것은 크게 개탄할 일”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독립성마저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동 발의자인 이한별 비상임위원은 “저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타당하다고 평가하려는 목적이 추호도 없음을 먼저 밝힌다”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체포는 국정 불안을 야기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해야 하며, 수사나 재판 절차도 적법 절차 원칙 등 인권 보호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면서 수사·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발의자인 김용원 상임위원과 한석훈·이한별 비상임위원, 이충상 상임위원이 안건에 동의하고 남규선 상임위원과 김용직·원민경·소라미 비상임위원이 반대하면서 찬반 양측은 팽팽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당초 안건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발의 의사를 철회한 강정혜 비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장에게 탄핵 심판 심리 시 엄격한 근거 조사 실시 등 적법 절차 원칙을 준수하라는 권고 외에는 동의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인권위 전원위에서 상정 안건이 의결되려면 인권위원장을 포함한 재적 인권위원 중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김종민 비상임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혀 논의에 참석하지 않아 6인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달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질의에서도 찬반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던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이날 “인권위는 모든 사람 인권 보호해야 하는 기관으로, 신분을 이유로 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건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동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안 위원장은 “헌법 재판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게 아니라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선 무엇보다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 의견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한때 다음 전원위에서 재논의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 상임위원이 이날 전원위에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안 위원장은 안건의 주문을 조항별로 나눠 인권위원들의 찬반 표결에 돌입했다. 그 결과 강 비상임위원이 동의한다고 밝힌 ‘헌법재판소장에게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실시 등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것’이 6인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강 비상임위원은 안건 내용 중 ‘부적절한 처사’ ‘경제관료에 불과한 최상목 장관’ 등 주관적인 표현 등을 수정할 경우에만 안건에 찬성한다고 밝혔고, 찬성 의사를 밝힌 인권위원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결국 안건은 의결됐다.

다만 국회의장에게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에 대한 탄핵소추를 철회할 것과 향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를 남용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는 주문과 헌법재판소장에게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현재 계속 중인 다른 탄핵 심판 사건들에 앞서 신속하게 심리하고 결정할 것’은 기각됐다.

이렇게 안건 전반이 아닌 주문의 조항을 쪼개어 표결에 부친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이 대부분 수정되면서 인권위 결정문 정리에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건에 대한 인권위원들의 반대 의견은 17일 오후 12시까지 수합해 결정문에 실린다.

전원위 결과에 대해 인권위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는 성명을 내고 “인권위 전원위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동조 세력을 구하기 위한 내용을 통과시킨 국가인권위원들의 폭거에 분노한다”면서 “우리 지부는 앞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오늘 ‘내란 동조’ 안건을 통과시킨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창호, 상임위원 이충상·김용원, 인권위원 한석훈·이한별·강정혜를 끝까지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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