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8)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A교사(48)가 범행 나흘 전에도 이상행동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의 보고를 받은 교육청 측에서 범행 당일 오전 현장점검을 나와 분리조치를 권고했지만 불과 몇 시간 후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
최재모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은 11일 대전교육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 2월 6일 A교사가 ‘함께 퇴근하자’고 제안하는 동료 교사에게 폭력적으로 ‘헤드락’을 걸고 손목을 강하게 휘어잡는 사건이 있었다”며 “A교사는 그 전날에도 업무포털에 빠르게 접속이 안 된다며 컴퓨터를 일부 파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A교사는 동료를 위협하면서 “왜 내가 이렇게 불행해야 하느냐”며 혼잣말을 내뱉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은 해당 교사에게 주의를 주고 사과하도록 했으며 7일 교육청에 보고했다. 또 ‘A 교사를 연가나 병가 등을 통해 분리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교감 옆자리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교육청 측 장학사 두 명도 10일 오전 현장점검을 나와 분리조치를 권고했지만 불과 몇 시간 후 비극이 발생했다.
A교사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6개월간의 질병휴직에 들어갔으나 불과 20일 만에 조기 복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일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는 내용의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서를 첨부하며 본인의 휴직 사유가 소멸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질병휴직은 청원휴직으로, 휴직 사유가 소멸하면 소멸 즉시 복직해야 한다.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원이 교직 수행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장치인 질환교원심의위원회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심의위는 동일한 질병에 대한 휴복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열릴 수 있는데, A교사는 12월에 처음으로 질병휴직을 썼기 때문이다. 학교 관리자 역시 A교사와 관련해 별다른 특이 행동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A교사는 병가를 상당히 많이 소진하는 등 이상 징후를 내비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대전시교육청에서는 2019년 제도 도입 이후 이듬해 딱 한 번 심의위를 개최하는 데 그쳤다. 최 국장은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반복적인 민원이나 휴복직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열어야 한다”며 “자칫 인권침해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 A교사를 대상으로 한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A교사는 분리조치가 내려진 지난 10일 오후 4시 30분에서 5시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이날 오후 5시50분쯤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학생과 A교사가 발견됐다. 119대원들이 의식이 없는 김 양을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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