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최근 정부가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인센티브’ 정책을 검토·도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도권 역시 미분양 증가 추세가 뚜렷한 만큼,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비규제지역까지 포함해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건설·금융 시장이 흔들릴 경우 그 파급력이 전국으로 확산돼 실물 경제 전반에 더욱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급격히 늘어나면 건설사의 재무 부담과 금융권의 리스크가 가중돼 결국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며 “수도권도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비규제지역 중심의 혜택을 줘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준공 후 미분양 10년 만에 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총 2만1,480가구로 전월 대비 15.2%(2,836가구) 급증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7월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특히 2023년 8월부터 17개월 연속 늘어나면서, 업계와 금융권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방의 ‘악성 미분양’ 집중 현상이다. 전체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중 약 60%가 대구·경북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구가 2,674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북은 2,237가구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전남(2,450가구), 부산(1,886가구) 순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으나, 전월 대비 10%(409가구) 늘어난 4,251가구를 기록하며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역별로는 경기 2,072가구, 인천 1,546가구, 서울 633가구로 집계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문제는 단순히 공급 과잉만의 문제라 보기 어려우며 건설사와 금융기관의 재무 안정성,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광범위한 파급력을 갖는 복합적 이슈”라며 “정부와 업계가 미분양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주택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정치권도 해법 마련 촉구...지방 중심으로 대책 나와
악성 미분양 증가가 가파르자 정부와 정치권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우선 지방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취득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취득·양도·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수에서 제외하는 방침이 이미 시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게 되면 양도세와 종부세를 ‘1세대 1주택’ 혜택으로 산정해주고, 2년 이상 임대로 활용할 경우 주택건설사업자의 원시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주는 정책도 내놨다.
이와 함께 인구감소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도 한층 강화했다. 지방은 수도권 대비 인구가 적고 감소세도 뚜렷해, 해당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올해부터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내 주택을 새로 구입 하면, 재산세·양도세·종부세를 매길 때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가액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대상이며,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을 살 경우 취득세를 최대 절반까지 깎아준다.
◆ 현재 대책으론 역부족, 수도권 비규제 지역지역 중심으로 인센티브 확대해야
정치권 일부에서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론된다. 소득 대비 대출 원금·이자를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는지를 따져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제도인 DSR이 완화되면, 주택 구입 자금 조달이 쉬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지방만 지원해서는 역부족”이라며 수도권에도 적극적인 대책을 확대·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강남권과 용산 등 규제지역보다는 이외 수도권 비규제지역 중심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특히 현행 인센티브만으로는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미분양 문제를 단숨에 해소할 파격적 혜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주택 구입 시 양도세·취득세 감면을 대폭 확대하는 등 수요 진작책을 요구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당장은 지방만큼 심각하지 않아도, 증가세가 가팔라지면 파장이 훨씬 커진다”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전국의 금융·건설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사전 예방 차원에서라도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수도권에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즐비해, 미분양이 장기화 될 경우 건설사와 금융기관 모두 자금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편 “지방에만 인센티브를 주면 수도권 내 특정 지역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 과거에도 ‘수도권 미분양’ 대책 효과 톡톡
실제로 2013년 4월 1일 정부가 양도소득세 감면 카드를 꺼내면서, 수도권 미분양 물량 해소에 적잖은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당시 ‘2013년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신축주택·미분양주택·1세대1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취득 후 5년간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해준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또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로 돌리면 신축 건물 취득세를 줄여주는 등, 분양 물량을 조속히 털어낼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에서는 신규 주택을 취득할 경우, 한시적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제한적으로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지방만 지원해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한 번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그 파장은 전국 건설·금융시장으로 번져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고, 주택 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긴밀히 협력해 공급·수요 불균형을 해소하고, 보다 전향적이고 실효성 높은 세제·금융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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