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가 노동 개혁으로 추진한 노동조합 회계 자율 공시제에 대한 거부 결의 안건을 또 다시 부결시켰다. 지난해 산하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공시제를 거부한 데 이어 민주노총 전체적으로 이를 거부하자는 안건이 두 번이나 올라왔음에도 불구, 통과되지 않은 것은 이 문제와 관련한 민주노총 내부의 분열 조짐으로 읽힌다.
민주노총은 11일 일산 킨텍스에서 제82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회계 공시 거부 결의 안건을 부결시켰다. 민주노총의 이날 결정은 예상이 어려웠다. 지난해 산하 최대 산별 노조인 금속노조가 독자적으로 노조 공시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그러나 노조 회계 공시를 거부하면 조합원 세액공제 혜택이 줄고 사회적인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는 노조 공시제를 노동 개혁의 대표 성과로 평가해왔다. 노조 공시제는 노조와 산하 조직(노조의 내부 조직)이 수입·지출·자산·부채 등 직전 연도 회계 기본 항목을 자율적으로 공시 시스템에 기입하는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 직접 나서 노조 회계 공시제를 제안했다. 이후 정부와 여당은 노조 회계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노조는 재정 투명성이 확보돼야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노조 공시제 당사자인 노조들의 불만이 거셌다. 노동계는 정권 초기부터 정부의 국정 방향을 반노동이라고 규정 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노조들은 이미 조합원이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시제를 만들어 노조의 자주권과 운영권을 침해했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제도 설계로 이 불만을 해소하려고 했다. 공시제는 노조를 제재하는 게 아니라 ‘자율 참여’로 운영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단 방법론적으로는 고용부가 노조 운영에 직결되는 정부 지원과 공시제를 연동했다. 정부는 공시를 하지 않는 노조에 정부 지원 사업을 배제하고 조합원 조합비 15% 세액공제 혜택도 없앴다. 결국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양대 노총)은 2023년 10월 노조 공시제 참여를 전격 결정했다. 노조 공시제는 도입 첫해부터 2년 연속 참여율이 90%를 넘었다. 시행 3년 차인 올해도 참여율이 9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노총은 노조 공시제에 대한 별도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회계 공시를 한 노조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 방식 탓에 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 한국노총은 2023년 11월 노조 공시제 근거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