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헌법으로부터 도망 다니는 '헌법도망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 전 장관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기관의 분쟁을 해결해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기관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헌재는 헌법으로부터 오히려 도망 다니는 '헌법도망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가 어떤 식으로 본분을 저버리고 있는지, 핵심적인 몇 가지를 국민께 고발한다"면서 "첫째, 헌재는 한덕수 권한대행 정족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탄핵 의결정족수가 200석이라면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자체가 무효를 넘어 애초에 없던, 부존재가 된다. 헌재는 이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도망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원 전 장관은 "한덕수 정족수 문제를 제쳐놓고 마은혁에 대한 '셀프 임용'을 하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라며 "한 권한대행 탄핵이 무효라면, 이 임명 또한 무효인데 재판관 셀프 임용 같은 '어쩔래'식 강요 재판, 안 된다. 선순위 다 제쳐놓고 이것부터 한다는 것에 어떻게 국민들이 동의하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론기일, 심리 시간, 진실을 밝힐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대통령은 진실을 밝힐 공정한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헌재는 대통령 측이 요청하는 추가 증인을 기각하고, 심지어 핵심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는데도 30분 만에 증언을 끝냈다.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는 검찰 진술을 증거로 활용하고, 수사 기록을 못 보게 한 헌재법도 정면으로 위반하면서까지 속도 내는 것도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런 것들이 대통령의 탄핵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처럼 보여지기 때문에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은 공수처의 수사권과 체포 구속과정에서 많은 불법이 이뤄져, '대통령 사냥'으로 진행됐다고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며 "의회 다수당의 독재, 8명 헌법재판관의 재판 독재에 대해서 주권자인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언을 마친 뒤 원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비상계엄의 동기나 과정에서 절대 다수 당의 의회 독재에 대한 절망적이고 절박했던 위기 의식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며 "따라서 대통령만 일방적으로 파면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정한 헌법 재판이 이뤄진다면 대통령이 복귀해 대한민국의 사태를 해결하고 수습해나갈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일 헌재 변론기일이 끝날 수도 있는 그런 시급성 때문에 오늘 나온 것"이라며 "지금은 공정한 재판이 되도록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 대통령 복귀가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23 전당대회 이후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원 전 장관은 지난 1월 윤 대통령 체포 정국에서 한남동 관저를 지키는 것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당대회 이후 첫 국회 공개 행보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재의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고 나섬과 동시에 윤 대통령을 놓고 결집한 강경 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원 전 장관이 앞으로 윤 대통령 및 강성 지지층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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