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팬들이 기다리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베일을 벗었다. 그동안 흥행 성적이 부진했던 마블 스튜디오가 절치부심한 끝에 마블 고정 팬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들도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를 내세웠다. 마블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될 만큼 선악 구도가 명확하고 단순하면서도 감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서사의 구축이 압권이다. 여기에 마블 팬이 아니더라도 친숙한 캐릭터 ‘레드 헐크’를 내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폭 넓은 관객층을 타깃으로 서사 구조를 단순화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보다 감성적 전개를 택하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국제 정세를 비롯해 정치인에 대한 은유 등 ‘캡틴 아메리카’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세계관과 정체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12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평범한 인간 샘(안소니 마키 분)이 미국의 대표 슈퍼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나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과정이 커다란 골격이다. 영화는 그동안 정부 고위 관료로 등장했던 새디우스 로스(해리슨 포드 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시작한다. 대통령 로스와 재회한 샘은 국제적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고 전 세계를 장악하려는 음모 뒤에 숨겨진 존재, 빌런을 쫓는 과정에서 로스의 정체가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해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영화는 마블 스튜디오의 장점인 화려한 볼거리를 가장 잘 살린 작품이기도 하다. 인도양에서 펼쳐지는 미국과 일본의 일촉즉발의 충돌 상황을 비롯해 샘과 ‘레드 헐크’의 다윗과 골리앗을 떠올리게 하는 결투신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샘과 레드 헐크의 결투신을 보기 위해 러닝타임을 지나왔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 장면은 혈청 주사를 맞지 않은 히어로 샘이 어떻게 레드 헐크라는 골리앗에 꿋꿋하게 맞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혈청 주사를 맞지 않아 슈퍼 히어로와 같은 힘은 없지만 ‘선한 의지’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유하는 것이다. ‘선한 의지’를 가진 인간적인 영웅과의 대결을 통해 빌런도 선한 본성을 지닌 인간으로 회귀한다는 감성적인 서사는 이 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캡틴 아메리카’가 포기하지 않은 미국 내 정치 상황과 국제 정세에 대한 은유도 관전 포인트다. 세계를 위협에 빠트리려는 음모 앞에서 강대국들이 벌이는 회의에 최근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인도의 리더가 등장하고 정치인의 권모술수, 미일 동맹,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감옥행을 택하는 대통령 등을 보며 미국을 비롯해 세계 정세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개봉일인 12일 현재 예매율 1위에 올랐고 사전 예매량도 10만 장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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