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의 경제 수장을 지낸 원로들이 12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총체적 복합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치권이 정치 안정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사태로 정치·경제 사령탑이 붕괴하고 나라의 리더십이 공백인 상태”라며 “정치 안정 없이 경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도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투자자·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안정을 뒷받침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정치권은 산업정책 지원과 민생 안정을 위한 법·제도 기반 확충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진보 정권을 아우르는 역대 경제 사령탑들이 내놓은 고언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수 침체 속에 수출 둔화 조짐까지 나타난 우리 경제는 정국 혼란에다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 타깃이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우리 주력 제조업으로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반도체·자동차·조선·전자 등의 분야에서 동맹 관계에 가까운 전략적 한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트럼프 스톰’ 대비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쟁만 벌이면서 경제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안보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정이 총력전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정부와 국회는 조속히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가동해 위기 대처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 여야는 반도체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정치 불확실성 해소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기업 경영을 옥죄는 반(反)시장 입법 시도부터 멈춰야 한다. 정부는 규제 혁파, 구조 개혁 추진과 트럼프 측과의 산업 협력 강화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초격차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복합위기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력을 결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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