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완성차 2위 혼다와 3위 닛산자동차의 합병이 협의 두 달 만에 무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협의 중단을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앞서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12월 지주회사를 설립해 양 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향으로 경영을 통합하는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질주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혼다와 닛산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각각 380만 7311대, 334만 8687대로 427만 대를 판 비야디(BYD)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글로벌 1위 도요타(1000만 대), 2위 폭스바겐(900만 대)에 이은 3위 업체가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 같은 구상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혼다는 경영 부진에 빠진 닛산의 자구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닛산이 대형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크게 뒤처져 있는 만큼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대등한 통합을 희망하던 닛산 내에서 반발이 커지자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은 이달 6일 혼다를 방문해 합병 협의 중단 방침을 전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이날 결산 설명 기자회견에서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고 싶었는데 양 사에서 납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지 못해 유감”이라며 “다만 지난해 8월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의 기본 합의서(MOU)를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적대적 주식 공개 매입(TOB)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생각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 없다”고 답했다.
혼다와의 합병이 최종 결렬된 만큼 닛산은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과 협력해 경영 개선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엔비디아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 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전기차 위탁 생산 시장도 노리고 있다.
폭스콘은 지난해 말 닛산과 동맹 관계에 있는 르노자동차와 접촉해 보유 중인 닛산 지분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 르노는 2023년 닛산과의 25년 동맹 관계를 재편한 후 보유 중인 닛산 지분 36%를 점진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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