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시내에서 200㎞가량 떨어진 야부리 스키리조트. 2008년생 김건희(시흥매화고)가 금메달 낭보를 전해왔다. 13일 예정됐던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이 강풍으로 취소되면서 예선 성적 78점으로 1위를 확정한 것이다.
17세 김건희는 2022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생애 처음 출전한 국제 종합대회에서 ‘깜짝’ 우승하면서 한국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앞서 2003년 아오모리 대회에서 한진배가 동메달을, 2017년 삿포로 대회 때 권이준이 은메달을 딴 바 있다.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공중 연기를 겨루는 경기.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서 이승훈(한국체대)이 정상에 오른 데 이어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또 한 번 우승 소식이 전달됐다.
예선 69.75점의 3위 이지오(양평고)가 동메달이고 은메달은 일본의 기쿠치하라 고야타(75점)에게 돌아갔다. 2023년 세계선수권 하프파이프 우승자인 이채운(경희대 입학 예정)은 8일 남자 슬로프스타일 금메달에 이어 2관왕을 노렸으나 결선 취소 탓에 예선 성적인 6위(43.75점)로 대회를 마쳤다.
김건희는 “결선을 치렀더라면 금메달까지는 몰라도 자신은 있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섯 살 때 부모님 권유로 스노보드에 입문했다. 당시를 떠올린 김건희의 말이 재밌다. “엄마가 여자들한테 인기를 많이 끌라는 뜻으로 권유하셨어요.” 김건희는 “뭔지도 잘 모르고 시작했지만 커가면서 스노보드가 재밌기도 하고 잘 맞아서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며 “아시안게임 메달도 선수 생활의 목표 중 하나였지만 이번에 될 줄은 몰랐다.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월드컵에서도 메달을 따고 올림픽에서도 시상대에 서고 싶다. 최종 목표는 올림픽 1등”이라고 강조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더한 종목인 바이애슬론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이 쓰였다. 바이애슬론 여자 대표팀은 이날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계주 4×6㎞ 경기에서 은메달을 합작했다.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전남체육회), 고은정(전북체육회), 일본 태생의 아베 마리야(포천시청), 정주미(포천시청)가 나선 대표팀은 1시간 29분 27초 3의 기록으로 중국(1시간 29분 6초 3)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전까지 한국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은 1999년 강원 대회였다. 편안한 안방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앞서 7.5㎞ 스프린트에서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아바쿠모바는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챙겼다. 한국 바이애슬론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 2개 이상을 따낸 것은 1999년 강원 대회 이후 26년 만이며 금 1, 은메달 1개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아바쿠모바는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 2개를 따낸 최초의 한국 바이애슬론 선수가 됐다.
한국은 2번 주자 아바쿠모바가 달린 12㎞ 지점까지 선두를 지켰고 3번 주자 아베도 1위로 질주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정주미는 중국, 카자흐스탄에 추격을 허용하며 3위로 내려앉았으나 22㎞ 지점에서 카자흐스탄을 제치고 역전에 성공해 2위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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