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간을 끌었던 한미약품(128940)그룹 오너가 형제와 모녀 간 경영권 분쟁이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고(故) 임성기 창업자의 배우자인 송 한미그룹 회장과 딸 임 부회장 측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와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면서 경영권을 쥔 데 이어 차남 임종훈 대표이사가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미사이언스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임 대표가 사임한데 따라 송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그룹 조직을 재정비해 안정시키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며 “더 발전된 한미사이언스 거버넌스 체제에 대해서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앞으로도 창업주 가족의 일원으로써 회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11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권규찬 기타비상무이사와 사봉관 사외이사가 사임하면서 무게중심이 모녀 측으로 기울었다. 모녀 측과 형제측은 이사회 구도에서 5대 5로 맞서왔는데 두 이사가 사임해 5대 3으로 균형이 무너졌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1월 모녀 측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임 창업주 사후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이유가 컸다. 종윤·종훈 형제 측은 즉시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 이사진이 과반을 차지하고 임종훈 이사가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그룹 통합은 무산됐다. 이후 모녀 측은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손잡으며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모녀 측에 OCI그룹 통합에 대한 조언을 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도 연합해 ‘4인 연합’을 이뤘다.
상속세 납부와 주식 담보 계약 부담 등의 압박으로 형제 측은 잇따라 주식을 매각,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이 줄어들었다. 임종윤 이사는 지난해 말 한미사이언스 지분 5%를 4인 연합에 매도하며 이들과 연대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모녀 측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54.42%를 확보해 21.86%를 보유한 형제 측을 압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종윤 이사가 모녀 측에 지분을 매각한 시점에서 형제 측이 경영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게 확실시됐고, 시기의 문제였다”며 “모녀 측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을 재정비하고 안정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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