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자족도시 실현을 위해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지역 내 기업들에 대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들은 고양시를 떠나 서울로 이전하고 있지만 맞춤형 대책 마련은커녕 근본적인 원인 파악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동숙 고양시의회 의원은 14일 제291회 임시회 5분 발언에서 “국내 침구류 1위 업체인 알레르망과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에이스메디컬은 최근 본사를 서울로 이전한 것은 단순한 기업 이탈이 아니라, 지역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며 “기업들이 땅 값이 더 비싼 서울로 이전하는 것은 비용 문제가 아니라 고양시가 기업 성장 과정에서 직면하는 공간 부족과 인력난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알레르망은 최근 본사를 설문동에서 강남으로 이전한 데 이어 의료기기를 제조 및 유통하는 고양시 대표 중소기업인 에이스메디컬 역시 덕양구에서 서울로 옮겨갔다. 이들 기업 모두 고양시 내 몇 안되는 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고양시는 가장 최근의 관내 기업 수와 이탈 기업 수 현황 파악이 2021년에 머물고 있다고 손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고양시는 서울과 인접해 인적자원 활용이 장점으로 언급되곤 하지만 정작 일할 청년들이 없어 기업들은 고양시를 떠나고, 공장을 세울 수가 없어 부지 확보가 용이한 김포나 파주로 이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인력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외면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게다가 지난 2023년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한 고양시 내 8곳의 지식산업센터의 입주율이 5~47%에 불과한 데다 추가로 6곳이 준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손 의원은 “그동안 고양시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무엇이 달라졌는지,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이나 입주 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맞춤형 지원은 충분했는지에 대한 기준과 평가 조차 없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기업이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기업 유치의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기업 이탈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다양한 기업이 먼저 고양시를 찾도록, 지역 경제의 중추역할을 해 온 기업들이 떠나지 않도록 검토 중이라는 시간 낭비 말고 세심한 정책 배려와 지원 체계 마련에 조속히 머리를 맞대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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