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금 개혁 속도전에 나선다. 탄핵 정국 이후를 내다보며 이달 임시국회 내에 연금 개혁을 마무리 지은 뒤 조기 대선 준비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달 20일 법안 소위, 21일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모수 개혁 내용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 심사에 나선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42%(여당 잠정)와 44%(야당)로 맞서고 있다. 특히 여당은 그간 연금 개혁을 전담할 별도의 특위 구성을, 민주당은 상임위를 통한 신속 처리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합의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국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전체회의까지 밥안 의결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복지위는 국민연금 관련 법안의 소관 상임위로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상임위 구성도 15명(민주당, 위원장 포함) 대 8명(여당)이라 야당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통과가 가능하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월 중 모수 개혁 입법 완료’라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내린 만큼 더 이상 연금 개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완벽한 가장 좋은 안이 합의되면 좋겠지만 그것이 안 되면 약간 모자란 안이라도 합의하는 게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낫다”며 “모수 개혁부터 이달 안에 매듭짓자”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복지위원장도 6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면서 “모수 개혁을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달 처리하려 한다”고 화답했다.
여당은 여전히 ‘특위 먼저’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보험료율과 관련한 안건은 상임위에서 다뤄도 무관하지만 소득대체율 및 구조 개혁 문제는 별도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모수 개혁부터 논의하는 것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분리해서 다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당이 중장기 과제인 구조 개혁을 이유로 모수 개혁을 미루면서 연금 개혁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연금특위를 만들어 상임위의 수적 열세를 바로잡아 논의에 따른 힘의 균형을 꾀하길 바라지만 연금 개혁이 화급한 시점인 게 문제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개혁은 안 하는 것보다 무조건 하는 게 낫다”며 “일단 해놓고 장기적으로 종합적인 구조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국민연금 개혁은 가능한 것부터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야당 안팎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야당 단독으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를 통과시킬 경우 가뜩이나 팽팽한 여야 간 공방이 파국으로 치달을 여지도 있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만약 야당 단독안이 통과되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여야 합의 불발을 이유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연금 개혁 의지를 문제 삼고 향후 가능성이 있는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여론전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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