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 일자리의 4분의 1 이상이 인공지능(AI)에 대체되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등 노동시장이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온데, 고용 한파에 내몰린 청년층이 AI 시대에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이슈노트: AI와 한국경제’에 따르면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인 51%가 AI 도입에 큰 영향을 받고, 4분의 1이 AI에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AI로부터 일자리 위협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을 살펴보면 통신 관련 판매직, 법률 및 감사 사무 종사자, 고객 상담 및 기타 사무원, 통계 사무원, 비서 및 사무 보조원, 여행·안내 및 접수 사무원, 회계 및 경리 사무원, 컴퓨터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전문가, 직물·신발 관련 기계 조작원 및 조립원, 데이터 및 네트워크 전문가 등이 꼽혔다.
AI 등장 이후 고위험군으로 꼽혔던 단순·반복적인 행태의 사무직 업무가 주를 이룬다. AI 전환이 본격화하면 이들 직군부터 소득이 줄거나, 일자리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해당직업군은 AI가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낮은 임금, 실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AI 전환 과정에서 관련 직무가 AI에 대한 영향을 받더라도, AI에 전적으로 맡기지 않고 끝단엔 인간이 수행하는 직업군을 늘려야 하는 것이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한 중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청년층과 여성, 고학력·고소득층에 AI 도입이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AI 도입은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적 역량을 요구하는데, 이를 기회로 삼으면 AI 발전에 따른 일자리 재배치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2월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 1000명으로 1년 전(36만 6000명)보다 12.3%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는 뚜렷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청년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단 점이 꼽힌다.
실제로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6000명 줄며 전년(4만 2000명 감소)에 이어 2년째 감소세다. 반면 운수·창고업 취업자는 같은 기간 5만 6000명 늘었다. 장기적으로 볼 때 AI 시대엔 이러한 단순 노동직은 AI에 의해 대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와 경기 등의 영향으로 고용 시장에 첫 발을 내딛기조차 힘들어지고 있는 청년층의 경우 AI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직업 교육이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고 중요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청년층 고용률 상승과 최근 우리 고용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그냥 쉬는’ 젋은이들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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