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파타고니아에서 카약을 타던 한 남성이 혹등고래에 먹혔다가 생존한 사실이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젤란 해협의 산 이시드로 등대 근처 바이아 엘 아길라에서 카약을 타던 아드리안 시만카스는 카약을 타다가 대뜸 나타난 혹등고래의 입에 들어갔다. 다행히 혹등고래는 곧바로 아드리안을 뱉어냈고, 당황한 아드리안은 재빨리 헤엄쳐 벗어났다. 이 아찔한 순간은 아드리안과 수 미터 떨어져 있던 아버지 델시만카스에 카메라에 담겼다. 아들이 카약을 타는 모습을 촬영하다 사고 현장을 찍게 된 것이다.
델시만카스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바다에 떠 있던 아드리안은 갑자기 수면 위로 나온 혹등고래에게 잡아 먹힌다. 고래와 함께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춘 아드리안은 잠시 후 다시 수면 위로 나타나 필사적으로 헤엄쳐 나온다. 아버지는 고래로부터 도망치는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차분히, 차분히”라고 말했다. 다행히 부자는 모두 무사히 해안으로 귀환했다.
아드리안은 당시 상황을 “(고래가) 이미 날 잡아먹은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에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고 엄청난 공포였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고래가 자신을 뱉어냈을 때도 “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헤엄칠 때 아버지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며 “제시간에 해안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저체온증에 걸릴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아드리안은 처음에는 고래가 공격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나중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마젤란 해협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30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파타고니아의 주요 관광 명소다. 칠레 해역에서 고래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화물선과 고래의 충돌 사고는 늘고 있으며 고래 좌초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