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중재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즈는 13일(현지 시간) 한때 국제사회에서 외면받았던 '왕따' 빈 살만 왕세자가 국제 외교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2018년까지만 해도 좋지 않았다. 그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며 국제적 공분을 샀으며, 사우디를 예멘 내전에 휘말리게 하고 레바논 총리 납치와 카타르와의 단교를 주도하는 등 충동적이고 무모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더타임즈는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빈 살만 왕세자가 누구나 만나기를 원하는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세계 경기 둔화, 에너지난 등으로 산유국인 사우디의 입지가 커진 데다 빈 살만 왕세자도 개방 개혁을 추구하는 등 보수적이던 왕국을 개혁하는데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 간 사우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과 러시아 간 포로 교환을 중재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2022년 9월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중 러시아에 붙잡힌 외국인 포로 10명이 석방되는 과정에서도 가교 역할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푸틴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해왔다. 2023년 아랍연맹(AL) 회의 때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대하고 양국이 원하는 투자와 발언의 장을 만들었다. 더타임즈는 "이를 통해 사우디는 세계 강대국들이 이견을 해소할 수 있는 중립적인 '만남의 장'으로서의 입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도 깊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과거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외면당할 때도 그를 감쌀 만큼 우호적이었다. 지난달 취임 후 첫 외국 정상과의 통화도 빈 살만 왕세자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사우디에서 만날 예정이고 우리가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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