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이 지난 14일 폐막식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개막 초반부터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특히 ‘돌아온 에이스’ 최민정 선수는 1000m 결승에서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세우는 쾌거를 이뤘다. 빙상 종목 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한 순간이었다.
쇼트트랙은 111.12m의 짧은 트랙에서 순위를 경쟁하는 종목이다. 순간적인 속도 변화와 순발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선수들은 시속 40~50km로 질주하며 상대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나 넘어지는 사고가 잦아 부상 위험이 높다. 무엇보다 발을 교차해가며 원심력을 이겨내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무릎을 비롯한 하지 부상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실제 많은 쇼트트랙 선수들이 무릎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급정지, 급회전 등은 무릎 관절에 큰 부담을 주는 대표 동작이다. 전·후방 십자인대를 비롯한 슬개골(무릎) 주요 인대가 손상될 위험도 크다. 대한스포츠의학회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들의 근골격계 손상 유병률은 80%에 달해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 다른 종목보다 높았다. 95명의 쇼트트랙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외 연구에서도 무릎 손상이 가장 흔한 부상으로 보고됐다.
슬개골 인대가 손상되면 무릎이 아프고 붓는 관절 부종이 나타나며, 무릎의 무력감이 느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관절강(뼈와뼈 틈새) 내 출혈까지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슬개골 인대 손상은 심각한 파열이 아니라면 대부분 비수술 치료법으로 호전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등 한의통합치료로 관련 통증을 치료한다. 먼저 주요 경혈에 시행하는 침 치료는 과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통증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정제해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염증 반응을 빠르게 낮추고, 손상된 조직과 신경 회복을 돕는다.
한방재활의학과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ine Rehabilitation)에 게재된 대전자생한방병원 증례보고에 따르면, 무릎 인대 손상에 대한 한의 치료가 통증 감소와 기능 회복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십자인대 파열 및 반월상 연골 손상을 동시에 보이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의통합치료를 진행한 결과 환자들의 평균 통증숫자 평가척도(NRS)는 입원 당시 5.25점에서 퇴원 시점에 3점대로 감소했다. NRS는 10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통증이 덜하다는 의미다. 100점 만점으로 통증을 평가하는 골관절염지수(WOMAC) 점수는 평균 52.75점에서 40점으로 감소했으며, 삶의 질을 평가하는 EQ-5D 점수는 상승하는 등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부상은 경기력 저하를 넘어 선수들의 미래와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쇼트트랙처럼 급격한 움직임과 충격이 반복되는 종목에서는 부상 예방과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앞으로도 체계적인 부상 관리와 컨디션 유지를 통해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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