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조기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물밑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가능성에 선 긋고 있지만 보수 결집과 중도 확장을 둘러싼 대권 주자별 엇갈린 셈법에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잇따른 통합 행보에도 비이재명(비명)계의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면서 당내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는 “조기 대선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차기 대권 주자들은 이미 대선 출마를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헌법재판소가 다음 달 초·중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탄핵 인용과 연이은 60일의 초단기 대권 레이스에 준비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잠재적 대권 주자 간 신경전은 가열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머지않아 찾아뵙겠다”며 정치 활동 재개를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꼭 두 달 만이다. 당 대표 사퇴 이후 잠행을 이어오던 한 전 대표는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 정계 원로들을 잇따라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의 등판 예고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분명한 책임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한 전 대표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즉각 견제구를 날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김구 선생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기상천외한 답변을 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저격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안중근 의사는 조선 국적이고, 김구 선생은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발언한 김 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지도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전통적 보수 지지층과 우파의 결집 효과로 탄핵 반대 여론과 당 지지율이 함께 상승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야당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겨냥해 “다분히 감정적이고 편파적인 변론 진행을 했다”며 “본인의 감정과 이념에 휘둘리지 말고 공정한 변론 진행을 해달라”고 쏘아붙였다.
반면 탄핵 반대에 부정적인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 없이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도 만만치 않다. 이를 의식한 듯 권 원내대표는 전날 광주 금남로에서 동시에 열린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에 대해 “대한민국은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여당 의원들의 탄핵 반대 집회 참석에 대해선 “개인적 판단의 문제인 만큼 옳다 그르다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비명계를 향한 이 대표의 화해의 손짓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태다. 특히 이 대표의 공약인 ‘25만 원 민생지원금’을 반영한 35조 원에 육박하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주장에 대해 당내 비명계 주자들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어려운 분들에게 촘촘히 두텁게 지원하자”고 지적했고 김부겸 전 총리는 “이러다 (추경) 골든타임 놓친다. 통 크게 양보하고 25만 원 고집을 버리자”고 거들었다. 총선 압승과 연임 이후 당 장악력을 키운 이 대표의 ‘일극 체제’를 비판해온 비명계가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 대표의 이념과 정책을 문제 삼으며 전통 지지층에 구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할 경우 이 대표와 비명계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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