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있지만 인간미가 없는 의사, 실력은 부족하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의사 중 어떤 의사가 더 좋은 의사일까요.”
한창 질문을 받던 신현철 강북삼성병원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반문하면서 “저는 단연 후자”라고 말했다. 인간미 있는 의사를 뽑아 실력 있는 의사로 키우는 게 훨씬 보람 있고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1999년 개봉한 영화 ‘패치 아담스’는 의사의 자질과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갖춰진 상태에서 몇 년간 제대로 훈련을 받으면 자연스레 실력마저도 수준급으로 역전될 수 있다. 신 원장은 30년이 넘는 현장 경험을 통해 이 같은 신념을 굳혔다. 그는 병원을 경영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원칙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사 한 명을 제대로 키우는 건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올해로 4년째 병원을 이끌고 있는 신 원장은 “임기가 끝나면 다시 온전히 환자를 보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전했다. “병원 경영이나 후학 양성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돌보는 일이 스스로 가장 잘하는 일이고 보람도 크다”고 했다. 그는 척추 수술, 그중에서도 ‘경추(목)’ 수술의 명의로 정평이 나 있다. 목 디스크는 비교적 흔하지만 자칫 경추가 손상되면 전신 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병원 운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환자가 눈에 밟혀 일주일에 100명이 넘는 환자의 외래 진료를 보고 어려운 수술은 직접 챙기고 있다.
그는 강직성 척추염을 앓은 지 20년 가까이 돼간다. 강직성 척추염은 말 그대로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병이다. 길면 10시간 넘게 수술을 해야 하는 신경외과 의사에게는 버겁지 않을 수 없다. 환자의 입장이 돼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환자 생각뿐이다.
“조만간 우즈베키스탄으로 갑니다. 우리 병원의 핵심 가치가 ‘최고의 실력에 온기를 더하여’ 잖아요.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운영 관리 컨설팅 사업에 선정됐는데 심장 수술처럼 선진 의료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20%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온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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