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여부를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만 담판을 지으려 하자 논의에서 배제된 유럽 정상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하게 모이기로 했다.
AFP통신, BBC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파리에서 주요국 정상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는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이 초청받았다. EU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회의에 참석하기로 하고 키스 켈로그 미국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의 회동을 오는 18일로 연기하기도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 회의에서 나온 메시지를 이달 트럼프 대통령 회담에서 내밀기로 했다.
이들 정상이 다급하게 모이는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유럽 국가들의 목소리를 배제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개별 국가가 미국 주도의 종전 협상에 대응하기보다 유럽 전체가 집단으로 대안을 내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방위비 등을 ‘거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주요국은 해당 종전 협상으로 자국 안보에 당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을 곧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공식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정상들은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유럽 배제 행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파병을 비롯한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 등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유럽이 미국의 관여가 없이 자체 방위를 보장할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에 지난주 외교 문서를 보내고 종전 합의의 일부로 각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파병할 수 있는지, 유럽 주도 평화유지군을 어느 정도 규모로 조성할지 등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현지에 자체 평화유지군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유럽은 자체적인 안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전날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한 좋은 제안을 내놔야 한다”며 “유럽이 발언권을 얻기를 바란다면 더 유의미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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