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의료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업무개시명령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백지화 등 전공의들의 7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와 국회, 국민들이 전향적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국회를 찾아 우 의장,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진행한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전공의들을 특혜만 바라는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부조리한 근무 환경은 개선하지 않은 채 그저 돌아오라는 외침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1년은 소모적인 시간이었으나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공의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전공의들의 근로시간 및 연속근무시간을 단축해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도록 조정할 것과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전공의 권익 보호기구로 개편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전협이 작년 2월 내걸었던 7가지 요구를 두고 “특혜나 특권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에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의 재검토와 필수의료정책패키지의 완전 백지화 등 기존 의사단체들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2000명의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인 것은 잘못”이라며 “지금 여건에서 신입생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정책패키지는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비 부담만 높이는 정책”이라며 “이를 폐지하고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결정하기에 앞서 이미 선발한 인원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난주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렸던 의사 인력 수급추계 기구의 설치와 관련해서는 “전문적, 합리적, 체계적 운영을 위해 신중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며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편성되면 잘못된 의료개혁을 반복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 의장은 “당사자들의 대화를 어떻게 복원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번을 시작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료개혁이 이뤄지도록 국회와 의료계가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운영에 무한한 책임을 지는 정부와 여당이 더 유연성을 갖고 대화하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음에도 사태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자리에 모여서 대화를 통해서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뢰도 생기고,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민 위원장도 “더 이상 살릴 수 있었던 분들이 돌아가시는 일은 막아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듣고,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공백 기간에 초과 사망자가 1만명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었다”며 “열린 자세로 얘기하며 해법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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