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의 1999년생 ‘차세대 골프스타’ 루드비그 오베리(25)에게 2024년은 아쉬움으로 가득한 해였다. 프로로 전향한 2023년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정상 길목에서 준우승만 세 차례 기록했다. 9월에는 왼쪽 무릎의 내측반월판 파열로 수술대에 올라 잠시 투어를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오베리는 수술 전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 시즌 개막전인 더 센트리에서 공동 5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복귀를 알린 데 이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 달러) 우승을 차지하며 그의 시대가 다가왔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오베리는 17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낸 오베리는 매버릭 맥닐리(미국·11언더파)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400만 달러(약 57억 7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2023년 11월 RSM 클래식에서 처음 PGA 투어 정상에 오른 오베리는 1년 3개월 만에 투어 2승을 달성했다. 오베리는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에서도 1위가 됐다.
선두에 2타 차 단독 3위로 출발한 오베리는 전반에 2타를 줄인 데 이어 13번(파5)부터 15번 홀(파4)에서 3연속 버디를 떨어뜨리며 단숨에 공동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승부는 마지막 홀에서 갈렸다. 맥닐리가 먼저 11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가운데 18번 홀(파5)에 오른 오베리는 먼 거리 이글 퍼트를 홀 2m 남짓한 거리에 보낸 뒤 만만찮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1월 말 이번 대회와 같은 코스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이후 갑자기 오한 증세를 동반한 복통 탓에 남은 라운드에서 부진했고 결국 공동 42위로 마쳤다. 절치부심한 그는 3주 만에 같은 코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지난 대회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달랬다.
경기 후 오베리는 “훌륭한 경기였다. 코스는 분명 어려웠지만 볼 컨트롤을 잘했고 마무리를 잘해서 좋다. 정말 멋졌다”는 소감을 전했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9언더파 279타를 쳐 패트릭 로저스(미국)와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2라운드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던 셰플러는 이날 6타나 줄였으나 3라운드에서 4타를 잃은 부진에 발목을 잡혀 시즌 두 번째 톱10 진입에 만족해야 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날 대회장을 찾아 중계석에서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 대회는 타이거우즈재단이 주최하며 우즈는 원래 이번 대회에 출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주 어머니 쿨티다 우즈가 타계하면서 출전이 취소됐다. 우즈는 이날 어머니를 기리는 핀을 상의에 부착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시우가 2언더파 공동 24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김시우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 12위, 지난주 피닉스오픈 공동 21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중상위권 성적을 내며 선전했다. 김주형은 3오버파 공동 44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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