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인 0.1%를 기록했다. 개인 소비, 기업 생산 등 부진한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2023년 한국을 25년 만에 역전했던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불과 1년 만에 다시 한국보다 낮아졌다.
일본 내각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GDP 속보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기록한 실질 기준 GDP 성장률 0.1%는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2.0%)보다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앞서 일본은 2023년 1.5%의 실질 GDP 성장률을 기록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1.4%)을 앞지른 바 있다.
지난해 일본의 실질 GDP는 1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0.5% 뒷걸음질친 뒤 2분기 0.7%, 3분기 0.4%, 4분기 0.7%의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1분기 품질 인증 부정 문제로 도요타 등 일부 자동차 업체의 생산 중단이 경제 성장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여기에 물가 상승에 따른 절약 풍조가 확산하면서 개인 소비가 0.1% 감소한 점도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줬다. 일본의 개인 소비가 역성장한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의 경우 전년 대비 2.9% 증가한 609조 2887억 엔(약 5794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명목 GDP는 1992년 500조 엔을 돌파한 이래 거품 경제 붕괴, 동일본 대지진 등의 여파로 발목을 잡혀 32년 만에 겨우 600조 엔대에 올라서게 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의 명목 GDP를 달러로 환산할 경우 엔화 약세로 인해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독일에 밀린 세계 4위였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경제 침체 리스크와 지속되는 물가 상승 등이 개인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고용 소득 환경 개선과 완만한 경기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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