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번역가 양성 기관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기관은 훌륭한 수료생들을 배출해 왔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정규·야간·아틀리에 과정을 합해 총 1514명의 수료생을 배출했고 그중 번역 지원에 선정된 건수가 356건, 해외 출판은 245건, 번역상 수상은 127건이다.
번역아카데미 수료생이자 전직 아카데미 교수이기도 했던 김소라 번역가는 제자인 배영재 번역가와 함께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를 번역했고 이 작품은 2024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 수료생이자 전직 아카데미 교수인 허정범(안톤 허) 번역가 역시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번역했다. 또 같은 해 부커상 1차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도 그의 번역작이다.
이외에도 현 스페인 살라망카대 부교수인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현 러시아 모스크바외국어대 교수인 안나 두디노바를 비롯해 수많은 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번역아카데미의 교수진도 최고의 한국 문학, 문화 콘텐츠 번역가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전임 교원은 세 명에 불과하지만 이제 아카데미가 한국 문학 번역대학원대학으로 거듭나게 되면 좀 더 많은 전임 교원을 모실 수 있게 될 것 같다.
현재 전임 교원인 윤선미 교수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일찍이 2012년 처음으로 스페인어권인 아르헨티나에 소개한 바 있다. 또 불문학을 전공한 최애영 교수는 스승인 장노엘 벨맹 교수와 함께 한국 문학 비평집인 ‘충격과 교감’을 번역했고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와 정영문의 ‘검은 이야기 사슬’을 각각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한국 문학 전공자이자 평론가인 소영현 교수는 다양한 문예지의 편집 및 기획위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올빼미의 숲(2017)’과 ‘하위의 시간(2016)’ 등의 평론집을 낸 바 있다. 그는 당대의 한국 문학을 현장감 있게 연수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과 황석영의 ‘수인’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최미경 교수, ‘82년생 김지영’을 영어로 번역한 장해니 번역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살인의 추억’을 영어로 번역한 영화 전문 번역가 달시 파켓 등의 여러 스타 번역가들이 출강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꿈꾸어온 선배 문인들, 학자들, 행정가들이 성취해 놓은 것으로 조만간 이뤄질 번역대학원대학으로의 재탄생은 한국 문학의 세계화라는 과업을 좀 더 탄탄하게 다져나가는 기반이 될 듯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