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전후 80년 담화 발표 여부에 대해 “역대 내각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다만, 담화 발표 여부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전후 80년 담화 발표 여부에 대해 “현 시점에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바 내각은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의 총리들은 전후 주요 시기마다 담화를 발표해 왔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전후 50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60년, 아베 신조 총리가 70년 되는 해에 각각 담화를 냈다. 이 중 아베 담화는 과거 담화의 핵심 키워드였던 ‘식민지 지배’, ‘침략’, ‘반성’, ‘사죄’라는 표현을 포함하면서도 “전쟁과 무관한 우리 자손, 그 이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담화 반대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자민당 보수파들은 아베 전 총리가 발표한 70년 담화를 마지막으로 ‘사죄 외교’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 진영 인사이자 지난해 9월 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경쟁했던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상은 최근 “발표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그것을 위해(80년 담화를 발표하지 않기 위해) 70년 담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수 진영이 “이시바 총리가 80년 담화를 발표할 경우 아베 담화의 기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들이 걱정하는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선거다. 전후 담화가 ‘사죄 외교’로 인식돼 온 만큼 80년 담화 발표 계획이 자칫 ‘저자세’로 받아들여져 7월 예정된 도쿄도의회 선거와 참의원 선거라는 대형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담화를) 10년마다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당이 약한 상황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총리가 진보적 색채가 강한 담화를 발표할 경우 보수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3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 왜 피할 수 없었는지 검증하는 것은 80년을 맞는 올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월 참석한 심포지엄에서도 “올해는 패전 후 80년”이라고 말한 뒤 “굳이 ‘패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종전이라고 하면 사태의 본질을 오해하게 된다”며 “지금을 놓치면 전쟁에 대한 검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