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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세계관 집약된 리얼리즘 SF…'소모품' 복제인간의 행복을 말하다

■리뷰-영화 '미키 17'

일하다 폐기된 후 되살아난 미키

17·18번째 서로 공존하며 긴장

봉준호식 스토리텔링·감동 눈길

얼음행성 등 스펙터클도 압도적

영화 '미키 17'의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유머러스하면서도 기묘한 방식과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사회 문제를 풍자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봉준호 감독. 블랙 코미디로 시작해 절망과 부조리를 극대화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세련된 풍자는 봉 감독이 가장 잘 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17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미키 17’은 봉 감독이 그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완성한 가장 독창적인 SF 블록버스터이자 봉 감독의 세계관이 집약돼 스스로 경신한 ‘인생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얼어 붙은 국내 영화 시장에서 ‘미키 17’이 올해 첫 ‘천만 영화’ 타이틀을 거머쥘 지와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거둘 흥행 성적에 관심이 높다.

영화 '미키 17'의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미키 17’은 ‘봉준호가 SF 블록버스터도 잘 할까’라는 우려를 불식하며 ‘봉준호만의 리얼리즘 SF 블록버스터 장르’를 만들어 냈다. 스펙터클로 관객을 유인하고 심오한 메시지는 액세서리에 불과한 기존 할리우드의 SF 블록버스터가 아니었다. 애매하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게 아닌 ‘금융 자본주의’를 정조준하고,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선량한 소시민이 빚을 갚기 위해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하는 과정은 판타지나 SF가 아닌 리얼리즘에 가깝다.

영화의 배경은 그리 멀지 않는 미래인 2054년이다. 친구 티모(스티븐 연 분)와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가 빚더미에 오른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국회의원 마셜(마크 러팔로 분)이 추진하는 얼음 행성 ‘니플하임’ 개척단에 지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키는 신체 정보와 기억을 스캔해둔 뒤 죽으면 프린터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익스펜더블(소모품)’이 돼 주어진 업무를 수행한다. 아파도, 숨이 막혀도, 추워도, 더러워도 폐기될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 수 없이 프린팅되고 폐기되기를 반복하다 열일곱 번째 미키가 죽었다고 착각해 프린팅된 열여덟 번째 미키가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확장된다.



영화 '미키 17'의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미키 17'의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키 17과 미키 18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그 다음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미키 17과 미키 18은 ‘같은 미키’이지만 언제든 적대 관계에 놓일 수 있을 것 같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하게 한다는 반응이 나온 정치인 마셜의 상상을 초월한 비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면서 분노를 끌어 올린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선량한 소시민이자 노동자로 상징되는 미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줘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인간이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역설한다.

익스펜더블로 태어나 살고 폐기되기를 반복하는 지옥 같은 ‘니플하임’에서 미키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이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지점에서는 블랙 코미디가 따뜻한 휴먼스토리이자 멜로 장르가 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휴먼 프린팅과 같은 비인간적인 프로젝트가 폐기되는 등 인간성 회복을 시작하는 단계이자 영화의 엔딩에서 미키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나도 행복해져도 괜찮잖아” 행복이라는 가장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스펙터클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1억 5000만 달러가 투입됐다고 알려졌는데 얼음 행성, 설경, 휴먼 프린팅 등의 장면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SF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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