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격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우리 정부는 알맹이 빠진 대책을 반복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금융 366조 원 공급을 비롯해 ‘수출 바우처’ 지원과 수출 애로 해소, 시장·품목 다변화 등이 주요 골자다. 특단의 대책 없이 우리 기업들의 피해 축소에 초점을 맞춰 기존 정책들을 재탕한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통상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통상 총력전’을 선언한 최 권한대행의 결기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해 관세 폭탄을 속도전으로 퍼부을 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 관세 부과’ 으름장을 놓은 뒤 개별 협상을 통해 예외를 인정해주는 협상 스타일을 갖고 있다. 협상 시한이 한두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4월에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구체화하면 대응할 방침이라고 한다. ‘대통령 대대행’ 신분인 최 권한대행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일본·인도 등의 정상들은 대미 투자와 교역량,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공식화하는 등 통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경제·산업·안보를 총망라해 트럼프 행정부가 거부하기 어려운 ‘윈윈’ 패키지 협상안을 마련해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 정상 외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양국 장관급 회담을 활성화하고 한국이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임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 측이 요청한 조선·에너지·원자력·첨단기술 분야를 마중물 삼아 산업 협력을 확대한다면 관세 예외를 인정받고 우리 산업을 고도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참에 미국·중국과의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19~20일 미국을 방문하는 민간 경제사절단은 대미 설득과 협상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관정이 원팀으로 모든 가용 자원들을 총동원해야 우리 국익과 경제·안보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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