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원자력 및 핵융합 재료 연구를 위한 철(Fe) 이온빔 조사 서비스를 3월부터 개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원자로 및 핵융합로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중성자는 핵연료 피복관과 구조재료 등 핵심 부품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관련 연구가 필수적이다. 재료의 손상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연구용 원자로나 중성자발생장치 등으로 중성자를 직접 조사하는 시험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중성자와 유사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이온을 조사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온은 원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어 전하를 띠는 입자로, 고온에서 원자를 기체화한 후 전기장을 이용해 생성된다. 가속된 이온을 재료에 조사하면 중성자 조사손상과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원자력은 무거운 이온일수록 더 큰 손상을 빠르게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19년 중이온빔조사시설(KAERI Heavy-ion Irradiation Facility, KAHIF)을 구축했다. 이후 2022년부터 아르곤(Ar), 헬륨(He) 등의 중이온 빔 조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철 이온빔 조사는 가동 중 원전과 차세대 원자로, 핵융합로 및 응용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철강 재료의 손상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철강 재료에 동일한 철 이온빔을 조사하면 다른 이온빔을 조사할 때 나타나는 불필요한 물리·화학적 반응이 없어 순수한 조사 손상 영향 평가가 가능하다.
이런 장점으로 원자력 및 핵융합 분야에서 철 이온빔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철은 기체로 변화시키기 어렵고 이온 추출이 까다로워 기술 구현이 쉽지 않았다.
이 같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원자력연은 금속 원소를 이온화해 가속할 수 있는 금속이온원 장비를 구축해 국내 최초로 철 이온빔 가속 및 조사 기술을 확보했다.
고체 상태인 철 화합물을 기체 상태로 이온화한 후, 전자기장으로 원하는 이온만 선별할 수 있는 이극전자석을 활용해 철 이온(Fe13+)을 초당 1,000억 개 추출해 조사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가속된 철 이온의 에너지와 재료를 손상시킨 정도를 확인한 결과, 경수형 원자로가 전 주기 운전했을 때 발생하는 손상 수준인 3 dpa(Displacement per atom)를 하루 만에 실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여타의 중성자조사시설과 비교했을 때 국내 최고 수준이다. dpa는 방사선 손상 표시 단위이다.
철 이온빔 조사서비스 신청은 3월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원자력연은 확보된 철 이온빔 조사 기술을 바탕으로 중성자 조사와 이온빔 조사의 비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가동 중 원전은 물론, SMR, MSR, SFR 등 차세대 원자로와 핵융합로 주요 재료 개발에 기여할 계획이다.
이동원 원자력연 핵물리응용연구부장은 “이번 연구는 해외 시설에만 의존하던 국내 연구자들을 위한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며 “철 이온에서 나아가 니켈 등 고난이도 이온원 추가 구축과 고온 시험 환경 확보 등 세계적 수준의 이온빔 조사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