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리시가 서울 통합에 속도를 내면서 경기도가 도내 균형 발전을 목표로 추진한 산하기관 이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는 구리시가 서울 편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내년 이전을 앞둔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기에 남양주시로 GH 이전을 검토해 달라는 정치권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지자체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9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9월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북부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한 8개 기관을 오는 2028년까지 완료한다고 밝혔다. 도는 이전 과정에서 부지 문제 등으로 원할하지 못할 경우 임차를 해서라도 기관장과 경영본부 등 주요 핵심 부서를 우선 이전한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 가운데 도는 GH 구리시 이전을 위해 도시계획위원회가 용도 지역 결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총 4325억 원을 투입해 토평근린공원 일부에 1만 644㎡ 규모로 업무시설과 기숙사를 포함한 ‘GH 구리캠퍼스’를 짓는다는 방침이다. 도는 내년까지 공사를 마치고 임직원 650명을 배치한다는 세부 계획안도 마련했다.
경기도의 도시주택 정책을 도맡아 수행하는 GH는 규모면에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이른 바 도 산하기관 ‘Big3’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달 백경현 구리시장이 구리-서울 통합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제 임기 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구리시가 서울로 편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도 내부에서는 이전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고위 관계자는 “경기도 산하기관 이전을 요구하면서 서울 편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구리시의 이기적인 태도에 부글부글하고 있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구리시가 서울 편입이 된다면 도 균형발전은커녕 예산 낭비가 불가피한 만큼 이전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민들의 요구가 큰 두 사업 모두 포기하기 어렵다는 게 구리시의 입장이다.
구리시 관계자는 “시민 60%가 찬성하는 서울 편입 요구를 묵살하기 어렵고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도 아닌데 GH 이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며 “합의안에 따라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경기도 역시 파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향후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정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남양주시의회는 GH를 남양주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을 대표발의한 이진환 남양주시의원은 “구리시가 서울 편입을 공식화할 경우 GH의 사업안정성과 효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남양주시가 GH와 다산신도시를 성공적으로 조성했고, 경의중앙선 철도 복개 입체화 사업 등 GH와 관련성이 큰 만큼 남양주 이전을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경현 구리시장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GH의 구리시 이전에 대해 차질 없이 준비하고 추진해 왔다”며 “남양주시의회 건의안 등 남양주시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항은 그동안의 상호 협력적 관계인 구리시와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경기도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기존 협약에 따른 계획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남양주시의회 등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GH 재검토는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더 이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은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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