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미분양 문제가 건설업 침체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이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현재 비아파트에만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임대’ 제도를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도 도입한다. 건설 투자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산·대전·경기 안산의 철도 지하화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지방 산업단지 사업도 빠르게 본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조기 집행한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9일 오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최 대행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 부문의 투자와 고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지역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적극 지원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LH, 지방 ‘악성 미분양’ 직접 매입…매입형 등록임대도 허용
정부는 LH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LH는 2009년 2163가구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바 있는데 이번엔 약 3000가구를 사들일 예정이다. 건설사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2월 기준 2만 1480가구로 약 11년 만에 최대치다. 이 중 80%인 약 1만 7200가구가 지방에 쏠려 있다.
아울러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등록 제도의 하나인 매입형 등록임대를 전용 85㎡ 이하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도 허용할 예정이다. 민간임대주택법을 개정해 현재 비아파트로 국한된 제도 적용 대상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는 CR리츠도 상반기 중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주택 수요자의 구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수에 대해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를 신설하기로 했다.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3단계 스트레스 DSR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비율을 4~5월께 지방 건설경기 상황을 참고해 결정할 예정이다. 또 지방 은행이 가계대출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경상성장률(3.8%)을 초과하는 계획을 짜는 것을 허용하고, 금융기관이 지방 주담대 취급을 확대할 경우 가계부채 관리상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철도 지화하 3개 사업 우선 추진…지방 산단도 신속 진행
지역 개발사업도 확대한다. 우선 철도 지하화는 사업을 빠르게 가시화할 수 있도록 3개 사업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구간, 사업비 분담에 대해 지자체 협의가 완료된 부산(부산진역~부산역), 대전(대전조차장), 경기 안산(초지역~중앙역) 등 3개 사업이 대상이다. 이들 사업은 총 4조 3000억 원 규모로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기본계획 수립에 나설 계획이다. 수도권 경부선, 경인선, 경원선 등 구간도 관련 지자체와 추가 협의를 거쳐 추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경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2026년 착공을 위해 올해 상반기 보상에 착수한다. 산단 주변 도로 사업도 상반기 턴키 발주해 인프라 조성을 추진한다. 고흥·울진 산단은 산단계획 수립 후 상반기 중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이외 지방권 산단도 예타를 빠르게 마치고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린벨트(GB) 해제 총량에서 예외로 인정해주는 국가·지역전략사업은 이달 중 선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큰 산업·물류단지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OC 예산 70% 상반기 조기집행…역대 최고 수준
지역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예산을 빠르게 집행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SOC 예산 17조 9000억 원 중 70%인 12조 5000억 원을 상반기에 집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신축매입임대는 착공 시에 매입금의 최대 10%를 추가 지급하는 등 대금 지급을 조기화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약정한 4만 4000가구가 대상이다. 대금 지급을 앞당겨 빠른 착공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책임준공 개선안 3월 발표…공사비 현실화 후속 조치 실행
건설 투자를 늘리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책임준공 의무에 대한 개선 방안을 3월 중 마련할 계획이다. 책임준공은 PF 사업에서 정해진 기간 내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시공사가 채무 전부를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의미한다. 당국은 책임준공 계약 관례가 건설사에 과도한 부담이라는 업계 반발을 감안, 연장 사유를 확대하고 채무인수 비율을 도과 기간에 따라 달리하는 내용의 안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추진하는 신규 사업에 대한 개발 부담금 감면도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사비 현실화 방안의 후속 조치도 빠르게 추진한다. 정부는 공사비 산정 때 활용되는 표준품셈을 연말까지 개정할 예정이었는데 상반기 내로 시기를 앞당겼다. 낙찰률 상향, 턴키 수의계약시 설계 기간 물가 반영 등 4개 과제도 신속 추진할 방침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CP 매입 등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활용해 건설사에 최대 5조 원 규모의 유동성도 지원할 예정이다.
항공 안전 투자 확대…3년간 2600억 원 투입해 시설 개선
이밖에 정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관련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약 2600억 원을 투입해 전국 15개 공항의 시설을 개선한다. 방위각 시설 중 개선 필요성이 확인된 7개 공항의 9개 시설물은 230억 원을 들여 연내 개선할 예정이다. 15개 공항에 조류탐지 레이더를 2027년까지 순차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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