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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익 앞엔 동맹도 예외 없다…전세계 뒤흔드는 '新제국주의' [트럼프 스톰 한달]

■ 국제질서 지각변동

취임 후 러와 극적 관계개선 꾀해

북한군 첫 언급하며 中 고립 속도

美의존도 높은 동맹 무역압박하고

中겨냥 '제2 플라자 합의'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꾀하며 ‘신냉전’으로 상징된 기존 국제질서를 흔들고 나섰다. 한국과 일본·유럽·캐나다·인도 등 당장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쉽지 않은 전통 우방 국가들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거래 상대로만 삼고 있다. 반면 적대국이었던 러시아와 북한에는 우호 손길을 내밀며 ‘북중러 동맹’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양상이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을 최대한 빨리 매듭 짓고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중심의 ‘신제국주의’ 질서를 확실하게 구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따른다.

1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4시간 30분간 장관급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종전의 첫 단추를 끼웠다. 이들은 앞으로 고위급 협상팀을 꾸려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합의하며 양국 관계 복원과 경제협력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양국 간 회담에는 대러 제재 완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이 매우 잘 진행됐다”고 평가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달 안에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마도(probably)”라고 답했다. 고위급 회담에서 조율한 안건을 곧바로 정상회담에서 담판 짓겠다는 구상을 시사한 셈이다.

이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철저하게 고립시켰던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방침을 뒤집는 행보다. 또 임기 초부터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스캔들에 휩싸인 탓에 대러 우호 정책을 거의 펴지 않았던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도 결이 다르다.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군(Koreans)은 싸우기 위해 왔지만 많은 수가 죽임을 당했다”며 북한군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 양자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 완화 등 러시아에 당근을 내주는 대신 북러 밀착 관계를 깨겠다는 트럼프의 노림수가 읽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임기 내 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이 그간 지원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서는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고 3년이 지났으면 끝내고 협상을 했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 나아가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퇴진하라는 압박도 가했다.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당초 19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일정을 다음 달 10일로 돌연 연기했다.

주요 외신과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동맹국과 적대국을 모두 자국 영향권 아래에 둔 뒤 패권국 지위를 위협하는 중국과의 양자 대결로 전선을 좁히려는 목적이 크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970년대 미국이 중국과 손잡고 소련을 압박했던 전술을 거꾸로 활용해 내년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미국인의 시선을 중국으로 향하게 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전선인 가자 전쟁을 매듭짓기 위해 미국의 가자지구 장악,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골자로 한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던 자유주의 진영 동맹이 흔들리면서 전통의 우방국들은 대응책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미국에 대한 경제·안보적 의존을 줄일 수 없는 일본과 인도는 천문학적인 방위비 인상 압박과 보복 관세 우려에 쩔쩔매고 있으며 한국은 국정 공백 속에 제대로 된 협상판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종전 문제로 다급하게 머리를 맞댄 유럽 정상들은 19일 캐나다까지 소집해 다시 한 번 회동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과 유럽 간 균열의 틈을 파고 들며 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달 13일 영국을 공식 방문해 키어 스타머 총리와 7년 만에 양국 전략 대화를 재개했다. 이어 14~16일에는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찾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이달 독일 총선에서 총리직에 도전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과 잇달아 회동했다. 그는 20~21일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찾는다.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다자주의에 전념할 것”이라며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향이지 정치적 흥정을 위한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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