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도움으로 꾸준히 호흡재활치료를 이어왔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일상과 학업을 이어 나갈수 있게 됐습니다. 사회학과에서 학업을 계속 이어가며 미래의 근육병 환우들을 도울 정책을 고안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한국의 호킹들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지난 18일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중강당에서 열린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에서 입학생 대표로 축사를 맡은 이지성(19) 씨가 당찬 목소리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씨는 평생에 걸쳐 온몸이 점차 굳어가는 유전 질환인 근위축증 환자다. 어려움을 딛고 학업을 지속한 결과 부산대 사회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이날 행사는 이씨처럼 중증 희소질환을 앓으면서도 학업을 계속해 대학 입학 또는 졸업을 하는 환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11회차를 맞는 올해는 졸업생 4명, 입학생 3명 등 7명 외에도 호흡재활 치료를 통해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선배들과 구성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 김정석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 이경률 SCL그룹 회장,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김석훈 씨와 가수 전지윤 씨, 여러 기관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성근위축증과 같은 신경근육계 희귀난치질환으로 인한 사지마비를 앓는 환자는 서서히 근육이 퇴화해 온몸의 근력이 마비되고 시간이 지나면 호흡근육마저도 약해진다. 대다수 환자들은 호흡부전으로 인해 학업은 물론 일상생활조차 쉽지 않다.
“호흡재활치료 덕분에 아이들이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요. 질환을 이겨내고 학업을 이어나가는 여러분 모두를 존경합니다. ”
이날 보호자 대표로 강단 앞에 선 김민수(20) 군의 어머니가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김 군은 비교적 일찍 호흡 재활 치료를 받은 덕분에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고 현재 오산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행사장 한 켠에 걸린 현수막의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는 숨 쉬기조차 어려운 중증 장애를 겪으면서도 학업에 도전하고 있는 이들 가족의 의지를 실감케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0년 국내 최초로 호흡 재활 치료를 도입하며 이러한 희귀 질환 환자들의 삶을 온전히 바꿔 놓았다. 호흡 재활은 인공호흡기를 매일 사용해야만 하는 중증 상태의 환자도 학업과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 호흡 재활이 희귀질환 자체를 완치시킬 수는 없어도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1990년대 미국 유학 후 호흡 재활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한국에 싹을 틔웠던 강성웅(66) 재활의학과 교수의 퇴임식도 열렸다. 강 교수는 2009년 국내 최초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 호흡재활센터가 설립된 이래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단순히 치료 뿐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중증 호흡부전 환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해 기업 후원과 정부의 지원 정책을 끌어내는 데도 힘썼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환자와 가족들은 일평생 호흡재활 분야 발전과 환자를 위해 애써온 강성웅 교수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축하의 뜻을 전했다.
최원아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소장은 “지난 30여 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희귀질환과 중증 호흡부전 환자들을 위해 헌신해 오셨던 강성웅 교수님의 노력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학을 입학하고 졸업하는 환자들의 그 끊임없는 노력 모두가 존경스럽다"며 “호흡하기 힘든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환우들의 이야기가 신경근육계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을 향한 선입견과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막힌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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