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산 열연 제품에 대한 정부의 반덤핑 조사 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덤핑 조사가 마무리 단계인 중국산 후판에 대한 잠정 관세 부과 여부도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으로 한국 철강사들이 위기에 몰리자 무역 구제 제도를 활용해 국내 산업 보호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이달 중 일본과 중국에서 수입되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무역위는 “조사를 개시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이 제소한 데다 두 국가의 저가 철강재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단 조사는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일본이 열연강판 수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인 상황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열연강판 총 수입액 199억 4000만 달러 중 중국·일본산은 158억 6000만 달러로 전체의 79.5%를 차지했다. 가격 측면에서 봐도 양국의 열연강판은 국내산보다 30% 내외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일본산 철강재는 국내산과 가격이 유사하지만 지난해에는 엔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가격 차가 벌어졌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제소한 중국산 후판에 대한 잠정 관세도 이르면 20일부터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 무역위원회가 이날 회의를 열고 해당 안건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잠정 관세는 수입품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가 어느 정도 확인됐을 때 본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부과하는 상계관세다. 업계에서는 가격 차이 등을 고려해 최소 20%의 잠정 관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중국산 철강 수입을 규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산업부 무역위는 지난달 회의를 열고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에 대해 21.62%의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편 값싼 수입 철강재에 대한 조치가 본격화되자 조선·건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는 곧바로 이들 업체의 비용 인상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후판이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내외에 달한다”며 “관세가 부과되면 조선 업계의 원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잿값 인상으로 몸살을 앓아온 건설업계 역시 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철강 가격 상승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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