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위협하자 전기차 배터리 업계 수장들은 계획된 투자에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생산 거점의 운영을 효율화하며 2년 후로 예상되는 시장 회복기를 대비하는 전략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사장은 19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는 예견했던 시나리오 중에 일부”라며 “(관세 부과) 영향은 계속 보고 있고 4월에 관세를 확정한다고 한 만큼 그때가 되면 자세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이어 “큰 기조는 리밸런싱, 그러니까 효율을 높이는 쪽”이라며 “선(先) 투자를 많이 했고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투자보다는 투자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열심히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18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내 증설 부지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 중 가동 준비를 마친 뒤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으로 착공한 미시간주 얼티엄셀즈 3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 단독 공장으로 전환한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003670) 사장도 지난해 9월 완공을 계획했던 캐나다 2차전지 양극재 공장 건설을 상반기 중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캐나다 양극재 공장은) 올해 5월 준공해 1단계 계획을 기존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은 내년까지 지속돼 2027년부터 수요가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봤다. 엄 사장은 “캐즘 기간을 3년 정도로 본 게 대다수였다”며 “내년까지로 보면 올해가 제일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오면 준비를 잘한 업체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어려워도 잘 준비하면 사이클을 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업계 선두에 진입한 만큼 캐즘이 지나면 최대 수혜를 예상했다.
김 사장은 국내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기업에 세액공제 대신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세액공제를 직접 환급 받거나 아니면 제3자한테 양도할 수 있는 미국 방식이 되면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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