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이 열린다.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5년, 1980년 김재규가 사형에 처해진 지 45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송미경 김슬기 부장판사)는 19일 이 사건의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김재규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6개월 만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원수 피살 사건이었다.
김재규의 유족들은 지난 2020년 5월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지난해 세 차례 열린 심문에는 과거 김재규를 변호한 안동일 변호사(84)가 직접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12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안 변호사는 “제가 막말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10·26 사건을 이야기할 때마다 당시 재판은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는 막말을 여러 번 했다”며 “권력이 쥐여 준 시간표에 따라 재판이 진행됐다. 절차적 정의가 철저히 무시됐다. 오욕의 역사이며 참으로 치가 떨리고 뼈아픈 경험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재판정에서는 1979년 12월 1심 군법회의에서 김재규가 한 최후 진술 녹음 일부가 재생되기도 했다. 녹음에는 “더 이상 국민들이 당하는 불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모순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그 원천을 두드린 것”이라며 범행 이유를 설명하는 김재규의 음성이 담겼다. 녹음 속 그는 “10월 26일 혁명의 목적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요. 이 나라가 국민들의 보다 많은 희생을 막는 것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재심 청구 약 4년 만인 지난해 4월 첫 심문기일을 연 재판부는 10개월간 사건의 재심 개시 여부를 검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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