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금속 ‘리튬’을 가공하는 데 쓰이는 장비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업체는 리튬 관련 기술 수출 문제를 놓고 중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수출통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장쑤주우하이테크는 지난달 고객사에 2월 1일부터 흡착제로 알려진 여과 장비의 수출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흡착제는 염수 등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장비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흡착제 생산국이지만, 정확한 점유율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리튬 추출 기술 기업 임원에 따르면, 장쑤주우와 주요 흡착제 생산업체인 썬레진은 현재 정부와 리튬 관련 기술 수출 제한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썬레진의 회장은 불과 한 달 전에는 해외 확장 계획에 고객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2일 배터리 부품 제조 및 희소금속 처리 관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추진에 나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가 수출 금지 또는 제한 대상 기술 목록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양극재 제조 기술, 희소금속인 리튬·갈륨 추출을 위한 일부 기술 및 공정을 추가했다. 상무부는 다만, 지난 1일까지 대중의 의견을 받는다고 밝혔을 뿐 기술 수출 통제가 언제부터 시행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통제가 아직 공식 승인되지 않았지만, 제안만으로 이미 비우호 국가로의 수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주재 국제 변호사는 “중국 상무부 관리들이 여러 회사를 방문해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한 회사에는 협상 중인 10억달러(약 1조44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진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정부의 수출 제한 목록에 포함된 품목들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수출 금융 승인 절차 외에도 추가적인 심사와 승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통제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면 얼마나 엄격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제안 자체만으로도 중국이 리튬을 비롯한 핵심 광물 분야에서 지배력을 이용해 격화하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의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국의 대미 안티몬 수출 금지 조치는 이미 미국과 유럽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서방 석유 생산업체들의 리튬 추출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엑손모빌의 미국 아칸소주 리튬 사업장은 중국산 가공 장비 사용을 검토해왔다. 스탠다드 리튬의 최대 투자자인 코크 인더스트리는 2023년 중국 기업의 흡착제를 북미 사업장에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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