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對中)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통 큰 합의’를 원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유화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계기로 북중러 동맹 틀을 흔드는 상황에서 대미 투자 확대, 달러·위안화 환율 조정, 북핵 문제 해결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방중(訪中) 초청을 받았고 올해 중국을 찾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패권주의를 중심으로 국제 질서를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중국과 폭넓은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속도를 내는 무역장벽 쌓기 작업을 중국과의 거래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가 가능한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가능하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전·현직 고문 등 6명 이상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무역 관계 조정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합의(wide-ranging deal)를 타결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직접 만나 핵무기 안보와 같은 문제도 미중 합의에 포함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의 대미 투자 확대, 농산물·비행기 등 미국산 제품 구매 증대, 중국의 과잉생산 해소, 북한 문제 진전,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달러화의 기축통화 유지 약속 등을 협상 가능 안건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미중 무역 합의를 협상한 중국 전문가 마이클 필스버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몇 개월 전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거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누가 협상을 담당할지, 중국이 2020년 무역 합의에서 지키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다시 데려오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내부 논쟁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반도체·의약품 25% 관세가 중국 수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자동차·가전·통신 등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를 미국에 대량 수출하고 있다. 또 2023년 기준 인도와 함께 양대 대미 의약품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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