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한국과학기술원(KAIST)·퓨쳐켐(220100)이 난치암의 대명사로 꼽히는 삼중음성유방암과 췌장암을 극복하기 위한 신약 개발에 나선다. 2029년까지 연구비 150억 원을 투입해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대병원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임무중심형 연구개발(R&D) 사업의 미정복질환 극복 임무를 주관하는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고 21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 방사성동위원소가 달린 리간드(암에서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해 결합하는 물질)를 이용한 일종의 차세대 항암제다. 약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환자의 몸 속에 투여하면 암세포에 도달한 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내보내 암조직을 파괴하는 원리를 이용한다고 해서 일명 ‘방사성 미사일 치료제’로 불린다. 외부 방사선을 이용하는 기존 방사선요법과 달리 암세포에만 방사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정상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른 약물보다 내성이 적고 기전이 간단해 임상 단계에서 활용하기 쉽다. 실시간 체내 분포를 확인할 수 있어 약효를 예측하기도 간편하다. 노바티스가 전립선암 치료 용도로 개발한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플루빅토’는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2023년 기준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서울대는 기초연구를 통해 표적물질 발굴을 주도하고, KAIST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리간드를 최적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퓨쳐켐은 임상용 시료 생산과 생산 공정 구축을 맡았다.
특히 공동연구팀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생물정보학(BI) 등을 활용해 삼중음성유방암과 췌장암에 대한 표적물질 및 리간드 발굴 뿐 아니라 효능 및 기전 테스트의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저용량으로 약물 안전성을 평가하는 마이크로도징 임상평가를 적용해 임상 진입 실패 확률을 줄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임상 후보물질 도출 소요기간을 30% 이상 단축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강건욱·윤혜원 핵의학과 교수, 한원식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박준성 간담췌외과 교수가 참여한다.
책임연구자인 강 교수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난치성 고형암인 삼중음성유방암과 췌장암 치료를 위한 약물을 초고속으로 발굴하고 신속히 검증해 혁신적인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며 "치료제 작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국가 보건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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