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 보수 포지션”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당내 ‘정체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당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하자 친명(친이재명)계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친명계 모임인 ‘7인회’ 소속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1997년 대선에 출마하기 전에 우리 당은 중도우파정당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그 입장이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얘기한 게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현재 위치가 어떤 것인지,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이 어떤 것인지 그에 대한 생각을 밝힌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대표와 좀 비슷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김 전 총리가 우리 한국의 정당사를 한번 쭉 보셨으면 좋겠다”며 “소위 말하는 민주진보 개혁진영으로서 처음으로 대통령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를 보면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진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중도 우파’로 규정했던 사례들을 소개하며 “김대중, 문재인, 이해찬은 맞고 이재명은 틀렸냐”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보수의 가치였던 헌법 수호, 경제 성장은 이제 온전히 민주당의 몫이 됐다. 합리적인 보수 시민도 우리가 포용하고, 더 큰 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념과 진영 논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자”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이 대표 발언이 민주당 역사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중도우파 혹은 중도보수 이런 얘기들은 민주당의 전통에서 없었던 바가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계속 그래왔고 돌출적인 의제가 아니다”라며 “최근 민주당이 조금 더 중도로, 보수로 나아가는 정체성의 확장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좀 더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