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착수한 가운데 '유럽 자강론'의 대표주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패싱’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의 의견을 모아 다음주 미국을 방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9일 마크롱 대통령이 다음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회담 목적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급가속'을 막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으로 종전 협상에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입장을 하나로 모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마크롱 대통령을 지원사격할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과 19일 엘리제궁에 유럽 각국 정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캐나다 총리를 초청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 보장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여기서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를 위한 협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협상 테이블에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우크라이나의 문제는 유럽 전체의 안보와 직결된 만큼 유럽 역시 미·러 협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유럽이 안보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성 요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충분히 공감을 표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종전 과정에서 지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20일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한 두 차례 파리회의를 통해 유럽의 통일된 입장이 나오긴 했으나 이 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선언에 그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피가로는 유럽이 이미 많은 시간을 낭비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달리기 경쟁'에서 뒤처졌다고도 지적하며 "푸틴의 언어와 방식을 택한 트럼프 앞에서 이를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조심스레 예측했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대해 아직 공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조만간, 아마도 월요일(24일)"이라고 답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