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저렴한 가격에 빠져 매달 10만~20만 원씩 지출하고 있던 30대 직장인 A씨는 불안감에 빠졌다. 최근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가 국내 이용자 정보를 모회사로 넘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불신을 갖게 된 것이다. 뒤늦게 해당 어플리케이션(앱)에서 탈퇴 처리를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그대로다. A씨는 “저렴한 가격에 눈이 멀었던 것이 후회된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A씨에게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6개국 27개 기업으로…거부 땐 서비스 이용 못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가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가운데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이를 제공받는 제3자 기업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이날부터 개정된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적용했다. 새로운 방침에 따르면 테무는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내외 제3자 기업에 개인정보 처리를 위탁한다”며 “국외 이전을 거부할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기존에는 해외 송금 과정에서만 개인정보 위탁이 필수였지만, 이번 개정으로 개인 세관 코드와 거래 금액, 주소, 전화번호, 문자 메시지, 장치 정보, 연령 확인을 위한 신분증(ID), 사용 중 수집된 데이터 등이 추가됐다.
특히 개인정보를 넘겨받는 국가는 한국, 미국, 싱가포르,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등 6개국으로 확대됐으며 기업도 총 27곳에 이른다. 기존에 국세청으로 한정됐던 국내 개인정보 제공 대상에는 ‘한국 판매 파트너’가 추가됐다. 이는 테무가 국내 오픈마켓 진출을 추진하면서 판매자와의 정보 공유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개인정보 활용 범위가 확대됐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해외 기업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하며 이들에게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의 업무와 유출 시 신고·통지 의무가 부여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테무의 국내 대리인은 3명에 불과하며 이 중 상시근무자는 1명뿐이다.
국내 대리인의 역할도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테무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안내된 ‘개인정보보호부서 및 국내 대리인’에 문의한 결과 “테무와 관련된 개인정보 업무는 담당하지 않는다”며 “본사에 직접 문의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국내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 창구가 유명무실한 셈이다.
지난해 개보위 조사서도 별다른 제재 안 받아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4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플랫폼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알리익스프레스는 국외 이전 절차 위반으로 19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반면 당시 테무는 국내 사업 이력이 많지 않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테무의 국내 사업 확장이 본격화되면서 규제 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조만간 테무의 개인정보 처리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무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개정으로 국내 이용자의 정보가 해외로 광범위하게 이전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와 소비자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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