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통신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수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였을 뿐 윤 대통령은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이 오동운 공수처장 등을 고발하면서 영장 청구를 사이에 둔 양측 갈등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통신영장 등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적이 없느냐’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서면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식 회신했다”며 “하지만 수사 기록을 확인한 결과,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명기한 압수수색영장과 윤 대통령에 대한 통신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에 따르면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영장은 △지난해 12월 6일 김 전 장관을 대상으로 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통신영장 △이틀 뒤 8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체포영장과 압수수색·통신영장 △같은 달 10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등 7건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영장을 기각하자 같은 해 12월 30일 서부지법에 체포·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 발부 받는 ‘영장 쇼핑’에 나섰다는 게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의혹의 요지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많다’는 점을 알고 일부러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앞서 지난달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공수처는 서울중앙지법에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대상자로 체포 및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등 32명에 대한 통신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과 관련자들을 피의자로 하는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기는 했지만 당시 대상은 김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계엄사령부 등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기각 사유도 수사 대상들의 중복 청구 문제였으며 ‘내란죄 수사권이 공수처에 없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수처의 해명은 주 의원이 이날 “기각 사유 중에 ‘공수처 수사권 존부(존재하고 존재하지 않음)에 의문이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는지 답하라”고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충돌하면서 진실 규명의 ‘공’이 검찰과 국회로 넘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오 처장, 이재승 공수처 차장, 차정현 부장검사를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민의힘도 25일 예정된 국회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5차 회의에 오동운 공수처장을 불러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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