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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테크프론티어] 규제서 진흥으로 바뀌는 EU AI 정책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정부조달 적용·300조 투자 선언

규제 단순화·기업 부담 줄이기로

韓 AI 기본법 개선방향 고민해야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지난해 8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규제법을 시행한 유럽연합(EU)의 의도는 AI 위험을 통제해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대의와 함께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통해 자국 AI 산업의 진흥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EU의 AI 정책 기조가 규제에서 진흥으로 변하고 있다.

첫 포문은 지난해 9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발표한 ‘유럽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가 열었다. 드라기 전 총재는 EU가 그동안 빅테크 견제에만 매달려온 과거를 반성하면서 규제만으로는 자체 AI 생태계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EU의 주권적 기반을 구성하는 핵심 서비스들이 미국 빅테크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현실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디지털 인프라가 경제·안보·민주주의 성패를 결정하는 기반 인프라임을 환기시켰다. 이에 EU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때 자국 사업자의 서비스를 함께 받도록 정부 조달 규정을 마련하되 EU 자체의 역량 기준과 자격 제도를 구축한 후 이를 정부 조달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 중요한 변화는 10~11일(현지 시간) 양일간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에서도 나타났다. AI 발전 방향과 글로벌 규제 거버넌스를 마련하기 위해 채택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AI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미국과 영국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글로벌 AI 규제 거버넌스 합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여줬다. 오히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약 3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AI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인베스트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했고, AI 규제도 중복을 조정해 단순화하고 기업의 행정 부담도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향후 167조 원의 투자를 통해 프랑스 AI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기존 EU AI 규제에 대해 “미친 규제(crazy regulation)”라고 혹평했다.

최근 중국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생성형 AI ‘딥시크’를 필두로 미국과의 본격적인 AI 경쟁에 돌입했고, 미스트랄AI를 내세운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EU도 경쟁 구도에 가세하면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미국·중국·EU의 3극 체제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들 국가의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첫째 전략은 대규모 자본 투입이다. 미국이 72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EU도 3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두 번째 전략은 규제 혁신이다. 이미 미국 트럼프 2기 정부는 조 바이든의 AI 규제 행정명령을 폐기했고 중국은 데이터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EU도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 부담 증가와 기술 혁신 저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회원국들도 실행 가능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AI 규제 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그동안 EU의 기본권·안전 중심의 접근과 미국·영국 등의 혁신 중심 접근으로 글로벌 AI 거버넌스가 분화됐지만 이제 AI 기술·산업·안보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시장·혁신 중심 접근으로 글로벌 AI 거버넌스가 수렴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일 ‘AI 국가대표 정예팀’을 선발해 독자적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월드 베스트 LL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8000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같은 혁신 지원 외에도 상당수 중복되고 모순적인 규제를 담고 있는 AI 기본법을 손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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