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장 우선’ ‘경제 정당’ ‘중도보수’ 등을 외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한국노총·민주노총을 잇달아 방문해 노동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양대 노총 지도부를 만나 “최근 주 52시간제 문제로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데 저나 민주당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우리 사회가 노동시간 단축과 주 4일 근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이달 3일 토론회에서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강성 노조들이 반발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민주당이 주 52시간제 완화를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에 계속 반대하는 데다 이 대표가 양대 노총 달래기 행보에 나서자 “조기 대선을 의식한 노조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등은 이날 민주당에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재추진을 주문했다. 이에 앞서 박홍배 민주당 의원이 17일 노란봉투법을 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차례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됐던 이 법은 노조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담고 있어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정안은 노조·근로자의 노무 제공 거부로 인한 손해는 배상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조항까지 추가했다. 민주당은 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범위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내수 위축 속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에 직면했는데 거대 야당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법안들을 잇따라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니 최근 “민주당은 경제 중심 정당”이라고 말한 이 대표의 우클릭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말로는 ‘성장 우선’을 외치지만 실제 행동은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니 이 대표가 내세우는 실용주의가 ‘선거용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표심만 노리는 오락가락 행보는 결국 국민과 시장의 불신을 자초한다. 민주당이 민생을 챙기는 실용 정당과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입법을 접고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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