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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방 대선 캠프의 '급조 공약' [임채운 교수의 경제를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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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만 되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대선 캠프이다. 대통령의 꿈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은 선거 즈음하여 정책 공약의 개발과 선거전략의 수립을 위해 캠프를 차린다. 캠프라 부르는 이유는 임시로 마련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고산 정복을 위해 등반가가 꾸리는 베이스캠프와 같다.

이런 캠프에 대선 후보가 직접 관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무실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달하고 사람 관리하는 것이 번거로워 후보가 할 일이 아니다. 불나방처럼 자원자가 많이 몰려들어 구성이 잡다한 캠프에 후보가 깊이 개입하면 불필요한 잡음이나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다. 어차피 대선 한 철에만 생겼다가 없어지는 소모품인 캠프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낙선하면 소용이 없고, 당선되면 부담이 되는 조직이다. 그러니 후보로서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측근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상 한 후보가 여러 캠프를 거느린다. 유력한 후보일수록 캠프가 많이 만들어진다. 주로 국회의원, 장·차관, 교수 출신의 친위계 인사가 좌장 노릇을 하며 하나씩 캠프를 맡아 세력 확대에 기여한다.

대선은 입신양명을 노리는 기회주의자들에게 큰 장이 열리는 ‘대목’이다. 대선 후보와 연분을 쌓아 고속출세할 수 있는 지름길이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보의 캠프에 이름을 걸어 놓으면 논공행상에 끼어 한자리 받을 수 있다. 로또보다 당첨 확률이 높다. 당연히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의 캠프가 늘어나고 문전성시를 이룬다. 유명 브랜드의 인기 아파트 분양 현장에 떴다방이 난립하고 대박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몰려들 듯이 말이다.

문제는 떴다방과 같은 캠프에서 만들어지는 공약이 날림으로 급조된다는 것이다. 대선 공약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다는 정책에 관한 약속이다. 당선자의 대선 공약은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돼 우선적으로 추진된다. 부동산, 세금, 노동, 환경, 에너지 등에 관한 공약은 경제정책으로 전환되어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은 대선 공약 과제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해 달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한다.

국민들은 이런 공약과제가 탐색되고 수립되는 과정이 매우 체계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몇십 년 동안 여러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과 해외 사례를 치밀하게 살펴보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정교한 공약이 개발될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후보를 둘러싼 캠프 간에 연계나 협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협력보다 경쟁 관계가 두드러진다. 캠프의 인력 구성이나 운영 방침은 좌장에 따라 다르며 좌장들은 후보의 주목을 받아 실세로 떠오르기 위해 경합한다. 대권을 노리는 후보의 주변 캠프들 사이에서도 작은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조율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캠프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공약을 논의할 때 각자 자기가 내세운 정책 과제가 부각되도록 애쓴다. 다른 사람이 새롭고 신선한 정책을 발표하면 마치 논문 심사하듯이 조목조목 비판하며 흠집을 내려 한다.



사실 대선 공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이미 알려졌거나 이전 정부에서 이행한 정책은 신선도가 떨어진다. 다른 후보의 공약과 유사하면 차별성이 약하다. 과거와도 다르고 남과도 다르면서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공약을 개발하려면 골머리가 아프다. 이미 다 파먹은 금광을 더 깊게 파서 금맥을 찾는 것과 같다.

그래서 캠프마다 정책의 연관성이나 실효성보다 차별성을 더 중요시하며 무엇인가 톡톡 튀는 공약과제를 발굴하는 데 주력한다. 그러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이 나오기도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한 후보가 서로 상충하는 공약을 주장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요즘 대선 주자 선호도 1위인 원내 제1당의 대표가 ‘기본소득’에서 ‘기업성장’으로 서로 대립되는 정책을 주장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원래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주는 민생회복지원금을 강조하다 갑자기 첨단기술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6개를 만들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삼성전자급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호는 코미디라는 취급을 받았다. 지지층의 확장을 위해 새롭고 다양한 메시지를 제시하는 것은 이해된다. 그래도 상충된 공약을 쏟아내 갈팡지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상하다. 아마 기본소득파와 신성장파 등 각기 다른 캠프에서 제안한 공약을 한꺼번에 던지다 보니 충돌이 난 꼴이 아닌가 싶다.

이전 정부에서도 엇나가는 정책들을 동시에 추진해 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가 혼재되는 양상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둘 다 추구하려다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도 의료, 교육, 노동, 연구개발, 부동산 등의 정책에서 오락가락하다 국민의 지지를 잃고 총선에서 패배해 자멸했다.

결국, 한 정당이 계속 집권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어설픈 정책의 실패에 있다. 대통령은 한번 하고 물러나면 그만이다. 정당이야 서로 번갈아 정권을 잡으면 된다. 그러나 그 시행착오의 대가로 경제가 망가져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만 불쌍하다. 한 나라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대선 공약이 졸속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니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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